쿠팡에 中커머스까지 압박… ‘사면초가’ 신세계, ‘정용진 리더십’ 승부수

  • 동아경제
  • 입력 2024년 3월 8일 16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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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18년 만에 회장 승진
“위기 요인 산재… 강력한 리더십 필요”
‘정용진 체제’ 개편 속도… 그룹 경영 장악력 강화

신세계그룹이 본격적인 2세 경영 시대를 맞이했다. 쿠팡을 비롯해 중국 이커머스 기업이 빠르게 세력을 확장하는 등 유통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강력한 리더십 경영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신세계는 8일 정용진 총괄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했다고 밝혔다. 2006년 부회장 자리에 오른 뒤 18년 만이다.

신세계는 현재 유통 환경이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보고, 정 회장을 중심으로 정면돌파하겠다는 계획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날로 경쟁이 치열해지는 유통 시장은 과거보다 훨씬 다양한 위기 요인이 쏟아지고 있다. 그만큼 강력한 리더십이 더욱 필요해졌다”며 “녹록치 않은 시장 환경 속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혁신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최고의 고객 만족을 선사하는 ‘1등 기업’으로 다시 한 번 퀀텀 점프하기 위해 이번 인사를 단행했다”고 말했다.

쿠팡에 밀리고 알리에 치이고… 업계 지각변동
최근 몇 년간 유통업계에는 유례없을 정도로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팬데믹 이후 고물가‧고금리 상황이 이어지면서 소비침체가 업계 전반에 영향을 주고 있다. 게다가 이커머스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유통 공룡’을 위협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쿠팡은 2010년 창사 이래 첫 연간 흑자를 달성했다. 영업이익이 6174억 원(4억7300만 달러·연평균 환율 1305.41원)으로 전년(영업손실 1447억 원) 대비 크게 늘었으며, 매출은 31조8298억 원(243억8300만 달러)으로 전년 대비 20% 증가했다. 높은 고객 충성도도 확인할 수 있었다. 쿠팡 유료 멤버십인 와우 회원은 1400만 명으로 1년 사이 27% 늘었으며, 분기에 한 번이라도 제품을 구매한 활성고객 수는 지난해 1분기 1901만 명에서 4분기 2100만 명으로 10% 넘게 증가했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의 공세도 부담이다. 여론조사기관 마크로밀엠브레인에 따르면 1월 알리익스프레스 애플리케이션 설치자 수는 전년 동기대비 97.8% 늘었다. 식품업계 1위인 CJ제일제당을 비롯해 LG생활건강, 롯데칠성음료까지 입점시키면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테무도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앱 설치자 수가 1020.5%나 급증하면서 쇼핑 신흥강자로 자리매김했다.

반면 신세계그룹 핵심인 이마트는 지난해 사상 최대의 매출에도 첫 적자를 기록했다. 신세계건설의 부진이 주된 원인으로 꼽히지만, 이마트 별도 영업이익도 1880억 원으로 27.4% 감소했다. 또한 이커머스 계열사인 SSG닷컴과 G마켓도 적자를 면치 못했다.

나홀로 승진… 그룹 내 경영 장악력 강화
체제 개편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앞서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9월 이마트와 백화점을 포함한 계열사 대표 10명 중 4명을 바꾸는 ‘초강수 인사’를 단행했다. 신상필벌 원칙에 따라 실적 악화의 책임을 물은 것이다. 이어 같은 해 11월 경영전략실을 기능 중심의 컨트롤타워로 개편하고 대대적 혁신을 주문했다. 경영진의 의사결정을 보좌하는 경영전략실 본연의 역할을 강화함으로써 기민한 의사결정과 실행을 위한 준비를 한 것이다. 특히 정 회장이 경영전략실 개편 이후 전략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조직부터 시스템, 업무방식 전반에 걸친 고강도 쇄신을 주문했다.

정 회장의 여동생인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은 이번 인사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그룹 내 정 회장의 경영 장악력이 한층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세계그룹은 2015년 12월 정유경 당시 신세계백화점 부사장을 승진시키면서 ‘남매 경영’ 시대를 본격화한 바 있다. 모친인 이명희 회장도 그룹 총괄회장으로서 신세계그룹 총수 역할을 계속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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