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 공약 몰린 화성-평택-용인 등
올해 수도권 토지거래 상위 10위에
28개 필지 416건 쪼개 팔기도
“산-맹지 되파는 기획사기 주의를”
이달 8일 오후 경기 평택시 평택지제역에서 차량으로 20여 분 거리에 있는 한 농촌지역. 중형차 1대가 겨우 다닐 수 있는 논길 뒤로 나무가 무성한 작은 야산이 모습을 드러냈다. 논길을 따라 500m를 들어가자 길이 끊기고 성인 1, 2명이 걸어서 지나갈 수 있는 산책로가 나왔다.
이 산은 지난해 7월 A 법인이 2억2000만 원에 매입한 뒤 올해 1월 땅의 4분의 1을 22명에게 쪼개 팔았다. 22명에게서 받은 돈은 총 3억9000만 원. 전체 땅을 모두 매도했다면 토지 매각 가격은 15억6000만 원이 된다. 반년 새 가격이 8배 가까이 ‘뻥튀기’ 되는 셈이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는 “해당 산에 돈이 묶인 투자자들이 땅을 되팔아 달라고 연락이 오는데 개발이 어려운 땅이라 쉽지 않다”며 “A 법인이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연장, 반도체 공장 개발 등을 앞세워 개발 가능성이 높은 것처럼 홍보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총선을 앞두고 정부의 철도·도로·산업단지 등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계획과 정치권 공약 등이 속속 발표되면서 기획부동산 사기가 고개를 들고 있다. 총선 공약을 앞세워 개발 가능성이 높은 것처럼 홍보하지만, 실제로는 개발 가치가 사실상 없는 땅을 가격을 부풀려 파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과 부동산 플랫폼 아파트실거래가(아실)에 따르면 올해 1∼3월(9일 기준) 수도권에서 토지 거래가 가장 많이 일어난 상위 10개 읍면동은 경기 화성시(우정·향남·남양읍, 장안·송산·팔탄·마도면), 평택시(안중읍), 용인시(처인구 양지면), 양평군(강하면)으로 나타났다. 모두 철도 개통이나 연장, 반도체 산업단지 조성 등 SOC 공약이 집중된 지역 근처였다.
이들 10개 읍면동에서 일어난 토지 거래는 총 1991건. 그중 20.9%(416건)가 28개 필지에서 집중적으로 일어났다. 1개 땅을 평균 15개로 쪼개 팔았다는 의미다. 기획부동산 사기는 개발 계획이 발표된 지역 주변에서 개발이 힘든 경사도 높은 산이나 맹지(길이 없는 땅) 등을 저렴한 가격에 매입한 뒤 지분을 잘게 쪼개 비싸게 되파는 식으로 이뤄진다. 이들 지역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지분 거래가 10건 이상 일어난 땅은 기획부동산이 개입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총선을 앞두고 SOC 공약이 쏟아지고 있어 이 같은 사기가 더 기승을 부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공약과 관련이 있는 땅이라 하더라도 반드시 현장을 둘러보고 시세를 비교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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