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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낮 1시경 서울 강남구 삼성동 일대는 사원증을 목에 건 직장인들로 가득했다. 점심식사를 마친 대부분 직장인들이 향한 곳은 카페. 사무실에 복귀하기 전 나른한 오후를 버티기 위한 커피를 사기 위해서다.
특히 한 카페가 눈에 띄었다. 10평도 채 안 되는 작은 테이크아웃 카페에 온 손님들은 하나같이 휴대전화 화면과 가격표를 번갈아보고 있었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지수를 아메리카노 가격으로 연동한 이색 카페였다. 이 카페는 한 주간 판매하는 아메리카노 가격을 전주 마지막 거래일 종가로 한다. 이날의 가격은 2640원. 전주 마지막 거래일인 2월29일 코스피는 2,642.36으로 마무리했다.
사장인 이용현 씨는 자신의 마케팅 능력을 살려 이러한 이벤트를 기획했다. 그는 과거 광고대행사에 재직할 당시부터 커피에 관심이 많았다. 집에서 프라이팬으로 커피를 볶아서 이웃들에게 팔기도 했을 정도. 이 씨는 마침내 2012년 10월 회사에서 나와 직접 볶은 커피를 사용하는 카페를 열었다. 오픈 기념 이벤트를 계획하던 중, 남들과는 다른 ‘재밌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원래 커피값 3000원으로 시작하고, 오픈 기간에는 1000원정도 할인하려고 했어요. 이벤트 아이디어는 삼성동에 직장인 인구 많다는 점에서부터 출발했죠. 일하는 사람들한테 어떤 이벤트가 좋을까 고민했는데, 당시 코스피가 1950대였어요. 생각했던 할인가랑 비슷하니까 코스피 2000까지는 2000원, 2500까지는 2500원. 이런 식으로 팔려고 했죠.”
이 씨의 계획과 달리 코스피는 일명 ‘박스피’(박스권+코스피·주가가 일정 구간에서만 오르내림) 흐름을 오랜 기간 이어갔고, 2018년쯤이 돼서야 이벤트를 종료할 수 있었다. 이벤트를 다시 시작한 건 지난해 8월이다. 팬데믹 시기에 3300대까지 올랐던 코스피가 2500대까지 급락하면서 이벤트를 재개해달라는 단골손님들의 목소리 컸다.
이벤트를 재개하면서 이 씨는 자신만의 규칙을 만들었다. 과거 500원 단위로 가격을 변동했던 것과 달리, 매주 마지막 거래일 종가를 기준으로 가격을 설정했다. 현금 결제 편의를 위해 10원 단위는 받지 않기로 했다. 대신 카드 결제는 1원 단위까지다. 예컨대 2월29일 코스피 종가가 연동된 아메리카노를 결제할 경우 현금은 2600원, 카드는 2640원인 것이다.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경우엔 500원을 더 받는다. 이 씨는 “아이스 음료는 벌컥벌컥 마시는 게 핵심이라고 생각해서 양을 더 늘렸다”고 설명했다. 코스닥 지수를 연동한 디저트 등 새로운 메뉴를 만들어달라는 제안에도 있었으나, 코스피 연동에만 집중할 계획이다. 매주 가격이 달라지는 메뉴가 늘어나면, 본인도 손님들도 헷갈리게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코스피 연동제’를 기획한 이 씨는 어떤 투자를 하고 있을까. 사실 이 씨는 주식 투자 경험이 전무하다고 한다. 주식으로 번 돈은 금방 써버릴 것 같고, 수익과 손실에 미련이 남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의 바람은 코스피가 4000~5000대까지 오르는 것이다.
“코스피가 4000~5000이 되면 커피값이 부담되지 않을 만큼 경제가 좋아지는 거니까 모두에게 좋죠. 그렇게 되길 바라요. 그리고 그때까지도 이벤트를 계속해달라고 하는 손님들이 많아요. 근데 아메리카노 가격이 다른 커피 가격을 역전할 수 있으니 고민을 조금 해봐야죠. 일단은 코스피 3000이 되면 끝낼까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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