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언론보도 등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이들로부터 온라인으로 정정 및 반론 보도, 추후 보도 청구를 직접 받겠다고 15일 밝혔다. 정정·반론·추후 보도 청구가 들어온 기사에는 포털 검색 결과 페이지에 ‘정정 보도 청구 중’이라는 문구를 노출하기로 했다. 언론중재위원회 결정이 나오기 전 포털에 정정 요청만 해도 기사에 문제 소지가 있다고 표시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네이버는 서면과 등기우편 등으로 접수하던 정정·반론·추후 보도 청구를 온라인으로 손쉽게 진행할 수 있도록 이달 28일 청구용 웹페이지를 신설한다고 15일 밝혔다. 또 네이버에 온라인으로 정정 보도 청구가 접수돼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포털 검색 결과 페이지에서부터 해당 문구를 표시하기로 했다. 네이버는 정정 요청이 들어온 경우 언론사에 해당 기사의 댓글을 일시적으로 닫는 방안을 적극 요청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뉴스 유통업체에 불과한 포털이 언론사의 기사 편집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뉴스 서비스를 독점하는 거대 포털이 오류로 판명되지 않은 기사에 낙인을 찍어 언론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것이다. 총선을 앞두고 온라인 정정 보도 청구가 악용될 소지가 커진 가운데 언론의 추가·후속 보도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원용진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네이버가 독자적으로 뉴스에 ‘품질이 안 좋은 뉴스’라는 딱지를 붙이겠다는 것”이라며 “언론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네이버, 중재위 판단前 기사에 ‘정정 청구중’ 표시… 法 위반 논란
“정정보도 온라인 접수” 법조계 “정정보도, 서면청구 규정 포털, 온라인 접수땐 법위반 소지”
언론중재법 15조 1항에 따르면 언론사에 대한 정정 보도 등은 서면으로 청구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네이버는 제17조의 2 ‘인터넷 뉴스서비스 사업자는 지체 없이 정정 보도 청구 등이 있음을 알리는 표시를 하고 언론사 등에 청구 내용을 통보하여야 한다’는 조항을 들어 정당한 조치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법조계 해석은 다르다. 류형우 법률사무소 눈 대표변호사는 “‘지체 없이’ 알리라는 의무는 서면 요청을 받은 뒤 언론사에 빠르게 전달하라는 것”이라며 “서면이 아닌 온라인으로 접수하는 것은 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언론계에서는 네이버의 조치가 위헌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오류가 명백하게 증명되지 않은 기사에 대해 사기업인 네이버가 ‘정정 보도 청구 중’이라는 문구를 내세워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을 어겼다는 해석이다. 손영준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네이버라는 대형 포털이 언론의 기본 역할을 침해했다. 위헌 가능성이 높은 명확한 언론 자유 침해”라고 했다.
언론중재위원회가 분쟁을 조정 및 중재하는 과정에서 결과가 확정되기 전까지 섣부른 판단을 유보하기 위해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는 것과도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배정근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정정 보도 청구 중’이라는 문구 등이 노출됐을 때 사람들에게 해당 기사가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처럼 인식될 소지가 크다”고 했다.
사기업인 네이버가 언론중재법에 따라 설립된 준사법적 독립기구인 언론중재위원회의 역할을 과도하게 넘본다는 점도 문제로 거론된다. 유홍식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네이버 정책으로 인해 언론중재위원회의 공식 절차가 무력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총선을 앞두고 네이버의 새로운 정책 발표 시기가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종수 세종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검증 대상이 되는 고위공직자, 정치인이 자신한테 비판적인 기사라는 이유만으로 정정 보도를 요청해 댓글 창이 막힐 수 있다”며 “의혹이 충분히 있다고 느껴져도 기사를 조심해서 쓸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국온라인신문협회는 이날 네이버의 발표 직후부터 일부 소속사 대표자들의 문제 제기가 잇따르면서 공론화 수순을 밟고 있다. 한 관계자는 “네이버가 뉴스 유통을 사실상 독점하면서 언론사들의 저질 연성 기사 생산을 부추기는 근본적인 문제는 외면하고 정정 보도 청구를 이유로 언론사들에 대한 영향력과 규제를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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