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환자 수 4억5000만명
5년후 치료제 시장 36조원 달할듯
국내제약사 한미-유한 임상진행중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으로도 불렸던 ‘대사이상 지방간염(MASH)’ 치료제가 세계 최초로 탄생했다. 국내 환자 수가 40만 명으로 세계적으로 비교적 흔한 질병이지만 그간 글로벌 제약사들이 개발에 번번이 실패해 ‘제약사의 무덤’이라고 불렸던 분야다. 2029년 36조 원으로 예상되는 MASH 치료제 시장에 물꼬가 트이며 국내외 제약사들의 개발 경쟁이 본격화됐다.
18일 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14일(현지 시간) 미국 마드리갈 파마슈티컬스의 MASH 경구 치료제 ‘레즈디프라’ 사용을 허가했다. 알약 형태의 먹는 치료제로 인슐린 분비에 관여하는 갑상샘 호르몬 수용체를 활성화해 간에 쌓이는 지방을 줄이는 방식이다.
MASH는 한때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이라고 불렸던 질환으로, 음주 여부와 관련 없이 식습관이나 대사질환으로 인해 간에 지방이 쌓이는 질병이다. 심한 경우 염증과 함께 간이 딱딱해지는 섬유화 증상이 나타나며 간암으로 악화할 수도 있다. 전 세계 환자 수는 약 4억5000만 명으로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국내에서도 2018년 31만8325명이던 환자 수가 2022년 40만7719명으로 28% 증가했다.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2029년 MASH 치료제 시장은 272억 달러(약 36조3390억 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앞서 화이자, 길리어드사이언스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MASH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효능을 증명하지 못하거나 부작용이 나타나 임상을 중단했다. 이번에 FDA 승인을 받은 레즈디프라처럼 하나의 타깃에 관여하는 방식으로는 염증과 섬유화를 모두 개선시키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제약업계는 2, 3개의 단백질을 동시에 타깃으로 삼는 이중, 삼중 작용제를 개발하는 데 힘을 쏟아붓고 있다. 국내에서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른 한미약품의 ‘에피노페그듀타이드’는 2020년 미국 머크로 기술이전해 현재 글로벌 임상 2b상을 진행 중이다. 인슐린 분비에 관여하는 2개의 수용체(GLP-1, 글루카곤)를 동시에 활성화하는 이중 작용제 방식이다. 한미약품이 자체적으로 임상 2b상을 진행하고 있는 ‘에포시페그트루타이드’는 3개의 수용체(GLP-1, 글루카곤, GIP)를 표적으로 한다.
유한양행이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이전한 ‘YH25724’는 2개의 수용체(GLP-1, FGF21)가 타깃인 이중 작용제다. 연말께 임상 1b상이 마무리될 예정이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복잡한 질환인 만큼 신약 간 병용치료(서로 다른 방식의 약물 여러 개를 함께 사용하는 것)도 고려될 수 있다”며 “아직 시장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기회는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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