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맥주 업계 1호 상장사 제주맥주(276730) 경영권이 매각되며 수제맥주 시장 전체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주류 소비 트렌드가 변하고 제품력보다 한탕주의를 노린 각종 컬래버레이션 제품 난립으로 소비자 피로감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제주맥주의 매각은 수제맥주 시장 몰락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제주맥주의 최대 주주인 엠비에이치홀딩스와 문혁기 제주맥주 대표이사는 보유 주식 864만 주와 경영권을 101억 5600만 원에 더블에이치엠에 매각하기로 했다.
제주맥주의 경영권은 5월 8일 열리는 임시주주총회에서 잔금 지급과 동시에 더블에이치엠에 이전된다.
수제맥주의 몰락은 예견된 수순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20·30대 소비자를 중심으로 하이볼 등이 인기를 끌면서 위스키가 급부상하고 경기 침체로 소비자들이 저가 주류를 선택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일반 맥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가인 수제맥주의 매출은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2020년 120.7%에 달했던 수제맥주의 매출 증가율은 2021년 63.1% 크게 꺾이고 2022년 11.2%로 감소했다.
제주맥주의 경우 지난해 매출 224억 원, 영업손실 109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손실은 2022년에 이어 2년 연속 100억 원을 넘었다. 매출도 전년보다 6.2% 감소했고 2021년 5월 코스닥 상장 후 5000원 안팎에 달했던 주가는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18일 제주맥주의 종가는 1503원이었다.
지나친 컬래버레이션과 신제품 출시 등으로 수제맥주에 대한 소비자들의 피로감이 높아진 것도 수제맥주 인기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제주맥주의 ‘제주위트에일’, 세븐브로이의 ‘곰표밀맥주’ 등 수제맥주가 인기를 끌자 유통·식품업체들이 가세해 각종 컬래버 제품들이 쏟아졌다.
덴마크 아웃도어 브랜드와 컬래버한 ‘노르디스크맥주’와 국내 식품·제과 업체와 컬래버한 ‘유동골뱅이맥주’, ‘쥬시후레시맥주’, ‘스피아민트맥주’, ‘불닭맥주’, ‘깡맥주’, 야구팀과 컬래버한 ‘SSG랜더스 라거’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기성 맥주는 물론 수제맥주 간 제품 차별화에 실패한 데다, 패키지 등 외적인 마케팅 요소에만 집중하면서 수제맥주의 인기는 급속하게 사그라들었다.
특히 제주맥주는 곰표밀맥주를 두고 세븐브로이와 갈등을 빚으며 업계의 신뢰도를 잃고 고립을 자초한 것도 경영 실패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수제맥주의 인기 하락에 주류업체들이 잇달아 수제맥주의 주문자위탁생산(OEM)을 중단하면서 앞으로도 수제맥주 시장은 계속 축소될 전망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위스키, 테킬라, 전통주 등 대체 주류의 종류가 늘어나고 일본 등 외국산 맥주의 저가 공세가 겹치면서 수제맥주의 수요가 급감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수제맥주가 다시 인기를 되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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