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350 첫 도입, 역대 최대 계약
“기종 단순화로 효율성 제고”
조원태 회장, 실용 경영 행보
기존 A380-B747 등은 순차 매각… “아시아나와 통합 대비 일환”
대한항공이 약 18조 원을 들여 프랑스 에어버스의 장거리용 대형 여객기 ‘A350’ 33대를 구매한다. 창립 이후 사상 최대 규모의 계약인 데다 A350 기종을 도입하는 것 또한 처음이다. 하나의 대형 기종을 수십 대씩 구매하는 ‘통 큰 투자’는 항공기의 종류를 단순화해 운영 효율성을 높이려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실용 경영 행보로 분석된다. 현재 A350을 운영 중인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을 염두에 둔 결정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한항공은 ‘A350-1000’ 항공기 27대, ‘A35-900’ 항공기 6대 등 총 33대의 항공기 구매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라고 21일 공시했다. 금액은 약 137억 달러(약 18조 원) 규모로 단일 항공기 구매 계약건 기준 회사 설립 이후 최대 규모다.
A350-1000 항공기는 에어버스의 차세대 항공기로 복도가 2개인 광동체(廣胴體) 항공기다. 엔진이 2개로 연료효율성이 다른 장거리용 항공기보다 약 20~30%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항속 거리는 최대 1만6000km로 인천에서 출발해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까지 한 번에 갈 수 있다. A350-900의 항속거리는 최대 1만5370km로 인천~뉴욕을 운항할 수 있다.
이번 항공기 도입 결정은 대한항공의 항공기 운영 방식의 대대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고 조양호 한진그룹 선대회장은 다양한 항공기를 사들여 운영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대한항공엔 없는 비행기가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장남인 조 회장은 반대다. 조 회장은 “항공기 종류를 최대한 단순화해야 한다”라는 방침을 줄곧 피력해 왔다. 외연 확장보다 실용을 추구하겠다는 최근 젊은 총수들의 기조와 비슷하다.
항공기를 단순화하면 정비와 승무원 훈련 등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항공기에 문제가 생기면 대체 항공편을 빠르게 마련할 수 있고, 증편 및 신규 노선 취항에도 용이하다. 이런 이유에서 글로벌 대형 항공사들도 항공기 종류를 단순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운영 중인 장거리용 ‘A380’과 ‘B747’ ‘A330’ 등은 차차 정리할 계획이다. A380과 B747은 엔진이 4개여서 유지 비용이 많이 들고 A330은 노후화됐기 때문이다. 계획대로라면 대한항공의 장거리용 항공기는 A350과 ‘B787’ ‘B777’로 단순화된다.
이번 A350 구매 결정에 대한항공이 품질 논란을 겪고 있는 보잉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시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올 초 미국에서 비행 중이던 ‘B737맥스 9’ 여객기에서 이륙 직후 기체 일부가 뜯겨 나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더해 보잉의 생산이 지연되며 대한항공이 2019년 30대 구매 계약을 맺은 ‘B787-9’과 ‘B787-10’ 가운데 단 3대만 도입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항공사들은 기존에 있던 항공기의 파생형 모델을 주로 사는 경향이 있는데, 한 번도 운영해 본 적이 없는 A350 항공기를 들여오면서 보잉과 에어버스의 균형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A350-900 15대를 운영 중인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에 대비해 기재를 선점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조 회장은 이날 열린 대한항공 정기 주주총회에서 “(올해는) 본격 통합 항공사 출범 준비에 돌입하는 해가 될 것”이라며 “성공적인 통합을 위해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회장의 실용 경영 행보의 일환으로 대한항공은 소형기인 에어버스 ‘A220’ 10대에 대한 매각도 검토하고 있다. 지난달 말 에어버스 항공기 자산담당팀이 대한항공을 찾아 매각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A220은 140석 규모의 소형기로 국내에서는 대한항공만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정비 및 엔진 문제 등이 있고 좌석 수가 적어서 운영 효율성이 낮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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