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어부의 삶을 기원하며 배를 띄우다 [기고/강도형]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1일 11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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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
‘세상 외에 좋은 일이 어부의 삶 아니더냐. 배 띄워라. 배 띄워라.’ 완도에서 말년을 보냈던 조선시대 문인 고산(孤山) 윤선도는 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에서 어부 생활의 만족감과 완도 보길도의 흥취를 맛깔나게 묘사하고 있다.

고산은 고기 잡는 일을 ‘속세를 벗어난 좋은 일’이라 표현하고 있지만, 우리 역사 속에서 수산업은 그 이상의 의미이다. 과거 수산물 수출로 벌어들인 외화는 한국 경제성장의 마중물이 됐고, 현재까지 우리 바다의 수산물은 세계인의 밥상에 올라가고 있다. 또한 매일 조업에 나서 해양영토 최일선을 지키고, 바다에서 일어난 사고에 도움을 아끼지 않는 것도 바로 수산인이다.

그러나 오늘날 어부의 삶을 바라본다면 여전히 좋은 일이라 할 수 있을까? 젊은 활기로 가득 찼던 어촌은 고령화로 일손이 부족하고, 노동집약적 산업구조로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파도는 수산업에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위기 속에서도 파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우리 수산인들은 포기와 좌절보다 수산업의 혁신으로 이를 돌파하고 있다.

먼저, 전통산업으로 인식되는 수산업에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첨단기술을 접목해 스마트·디지털 산업으로 전환을 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스마트 양식 분야에서는 AI 및 영상인식 기술을 기반으로 ‘먹이 주기 최적화’, ‘물고기 건강 상태 모니터링’ 솔루션을 개발해 대기업의 투자를 유치한 청년 창업기업인도 나왔다.

이와 함께 레저관광을 통하여 새로운 소득 창출 모델을 만들어가는 어촌이 늘고 있다. 강원도 양양은 지역 인구 2.8만명의 500배가 넘는 1638만명이 매년 방문하는 대한민국 ‘서핑 성지’로 탈바꿈했다. 또한, 전라남도 완도는 해수·해조류 등 자원을 활용한 해양치유센터를 지난해 11월 개관해, 3월까지 1만7천여명이 방문하며 명소가 되고 있다. 우리 어촌이 어촌 고유의 해양자원을 이용하여 관광, 레저 등이 어우러진 복합 공간으로 변신 중인 것이다.

한편, 우리 수산물의 세계시장 공략도 성과를 보이고 있다. 김밥이 미국 인플루언서들에게 한 번은 꼭 먹방 영상을 올려야 하는 아이템으로 붐을 일으키는가 하면, 김 수출도 지난해 1조원을 돌파하는 쾌거를 거두었다. 이에 힘입어 ‘전복’, ‘넙치’ 등 제2의 수출 스타 품목도 육성하고 있다.

4월 1일은 수산업과 어촌의 산업적 가치와 소중함을 알리고, 수산인의 긍지를 고취하기 위해 법정기념일로 지정한 ‘수산인의 날’이다. 올해 수산인의 날 기념식은 고산 윤선도가 ‘어부사시사’의 영감을 얻었던 완도에서 오는 17일에 개최된다.

수산인의 날을 맞아, 해양수산부는 90만 수산인들과 함께 수산업의 전성시대를 만들어 가겠다. 국민 여러분도 해양수산부가 추진하는 수산업의 변화를 응원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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