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수출이 회복세에 접어든 모습이다. 수출은 6개월 연속 플러스를 이어가고 있고, 무역수지도 10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여기에는 역시 우리 전체 수출의 20%를 떠받치고 있는 ‘반도체’가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3월 수출은 전년 대비 3.1% 증가한 565억 6000만 달러, 수입은 12.3% 감소한 522억 8000만 달러로 무역수지는 42억 8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고 1일 밝혔다.
수출은 6개월 연속 플러스(+)를 이어갔는데,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도 전년 같은 달 대비 9.9%가 증가한 25억 1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로써 우리나라의 1분기(1~3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8.3% 증가한 1637억 달러, 수입은 11.1% 감소한 1548억 달러로 1분기에만 90억 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318억 달러 개선된 수치다.
3월 수출을 품목별로 보면, 우리나라 15대 주력수출품목 중 7개 품목의 수출이 늘었다. 특히 반도체를 비롯한 IT품목(디스플레이·컴퓨터·무선통신기기) 수출이 21개월 만에 모두 플러스를 기록하며 전체 수출 증가를 견인했다.
전년 같은 달 대비 반도체 수출은 37.5%가 증가한 117억 달러를 기록, 2022년 6월(131억 달러) 이후 21개월 만에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디스플레이와 컴퓨터 수출도 각각 16.2%, 24.5% 늘었다. 이로써 디스플레이는 8개월, 컴퓨터는 3개월 연속 수출 플러스를 이어갔다. 무선통신기기 수출도 5.5%가 늘면서 3개월 만에 플러스 전환했다.
이 외에도 선박 수출이 102.1% 늘며 8개월 연속 플러스 흐름을 이어갔고, 바이오헬스 수출도 10.0% 늘어 5개월 연속 증가했다.
석유제품(3.1%)은 1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했지만, 자동차(-5.0%), 일반기계(-10.0%) 수출은 조업일수가 줄어든 것에 직접 영향을 받아 감소했다. 특히 이차전지는 배터리 재고물량 조정이 지속되고, 광물 가격 하락에 따른 수출단가 감소까지 계속되며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23% 감소했다.
지난 3월을 비롯해 최근 수출입 동향을 살펴보면, 반도체를 비롯한 IT품목 수출이 살아나면서 답답했던 우리 경제에 혈을 뚫어준 모습이다.
특히 반도체 시장은 완연한 회복세다. D램 가격 하락에 넘치는 재고로 지난해 침체를 겪은 반도체는 올해 초부터 일정 수준 반등했다.
시장조사기관 트랜스포트에 따르면 올 1월 D램 8Gb DDR4 고정가격은 지난해 9월 1.30달러에서 1월 1.80달러로 40% 가까이 올랐다. 낸드플래시 128Gb(기가바이트) 고정가격도 4.72달러로 지난해 4~9월 3.82달러 대비 20% 이상 올랐다. 지난해 촉발된 생성형 AI(인공지능) 관련 수요 상승으로 HBM 등의 고부가 메모리 제품 판매 역시 크게 증폭된 상태다.
이런 분위기는 반도체 수출이 전체 수출의 약 20%를 차지하는 우리나라의 수출 실적에 곧바로 투영됐다.
올 들어 반도체 집적회로(IC) 수출금액지수가 1년 전보다 70% 치솟았고, IC 수출물량지수도 50% 넘게 급등해 약 12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반도체 IC 수출물량지수는 지난달 424.27(2015년=100)로 전년 동월 대비 55.0% 상승했다. 지난 2012년 6월(58.9%) 이후 11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반도체 IC 수출금액지수는 지난달 214.64로 전년 동월 대비 69.9% 치솟아 2017년 12월(70.5%) 이후 6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갈아치웠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2월 산업활동동향’을 봐도 1월 8.2% 감소했던 반도체 생산이 2월에는 4.8%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65.3% 급증한 것이다. 반도체 재고도 전달보다 3.1% 줄었다. 반도체 생산 증가는 여타 관련 투자로도 이어졌는데, 2월 설비투자가 전달보다 10.3% 증가했다. 이는 지난 2014년 11월(12.7%) 이후로 9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증가 폭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반도체 업황 회복에 따른 향후 수출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여기에는 우리나라 수출의 양대 축인 미국과 중국으로의 실적 개선 흐름도 영향을 미쳤다.
3월 대(對)미 수출은 109억 달러로, 전년 같은 달 대비 11.6% 증가하면서 8개월 연속 증가 흐름을 이어갔다. 대미 수출은 올 들어 지난 1~3월 역대 동월 기준 최대 수출액을 경신 중이다.
미-중 경제패권 다툼, 중국의 경기침체 등으로 우려했던 중국 수출도 다소 개선 흐름을 보인다. 3월 대(對)중 무역수지는 8억 8000만 달러 적자로, 불과 한 달 만에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지만, 수출은 2월 -2.4%에서 3월 0.4%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특히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4억 7000만 달러)이 7.1% 증가하면서, 지난해 12월부터 4개월 연속 플러스 흐름을 이어갔다.
최우석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모바일용 반도체 재고 감소 등의 영향으로 반도체 수요가 견조한 추세를 보인다”면서 “물량으로 보면 40% 이상, 가격으로는 25%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 미국에 대한 전망에 대해선 “2~3월 대미 수출이 조금 더 많아지긴 했지만, 중국 관련해서는 반도체가 29% 증가하고 있다”면서 “중국에 대한 일수출 규모도 4개월째 늘어나고 있는 만큼 긍정적인 신호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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