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위기설이 돌고 있는 신세계건설 대표이사가 교체됐다. 이달 초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승진한 후 천명한 ‘수시 인사’의 첫 행보다.
신세계그룹은 정두영 신세계건설 대표를 해임하고 신임 대표로 허병훈 경영전략실 경영총괄 부사장(62)을 내정했다고 2일 밝혔다. 신세계건설 영업본부장(상무)과 영업담당(상무)도 함께 경질하기로 했다. 새 임원들은 임시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취임할 예정이다.
이번 인사는 정 회장이 그룹 회장으로 승진한 이후 단행한 첫 쇄신 사례다. 앞서 정 회장은 언제든 임원을 해임 또는 선임할 수 있는 수시 인사 제도를 강화해 신상필벌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신세계건설 대표가 이에 따른 본보기가 된 셈이다.
신세계는 앞으로도 그룹에서 마련한 자체 핵심성과지표(KPI)를 바탕으로 성과 지표상 기대 실적에 미치지 못하거나 경영상 오류가 발생하면 언제든 임원을 교체하겠단 방침이다.
신세계건설 대표 교체는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성 경질로 풀이된다. 신세계건설의 지난해 말 연결 기준 영업손실은 1877억8000만 원으로 전년(120억4200만 원)보다 15배 넘게 늘었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도 142억2000만 원에서 1585억 원으로 11배 치솟았다.
건설에서 손실이 급증한 건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미분양 때문이다. 특히 대구 사업장이 신세계건설을 늪에 빠뜨렸다. 신세계건설이 시공한 대구 달서구 ‘빌리브 라디체’의 경우 분양률이 30%대를 밑도는 등 공사미수금만 647억 원에 이른다. 대구 ‘빌리브 스카이’와 ‘빌리브 루센트’도 각각 276억 원, 237억 원의 미수금이 발생했다.
공사미수금을 충당하기 위해 외부에서 자금을 빌려오면서 회사의 부채 규모도 급증하는 악순환에 빠졌다. 회사의 지난해 말 기준 부채 규모는 1조1417억6100만 원으로 전년(7519억 원)보다 4000억 원가량 늘었다. 특히 만기가 1년 안팎인 단기차입금은 2022년 말 515억 원에서 지난해 말 1700억 원으로 불어났다. 부채비율은 같은 기간 265%에서 953.6%로 치솟았다.
유동성 부족 상태에 빠진 신세계건설은 올 2월 레저사업 부문을 조선호텔앤리조트에 매각하며 약 1800억 원의 현금을 확보하게 됐다. 신세계건설 측은 “레저산업 부문 매각을 통해 선제적인 추가 유동성 확보로 재무구조가 개선될 것”이라며 “이달 말 중에 이전 작업이 마무리될 것”이라고 했다.
신세계는 신임 대표를 필두로 ‘건설 살리기’를 기대하고 있다. 허 내정자는 취임 이후 신세계건설의 추가 유동성 확보로 부채비율을 낮춰 재무 안정성을 개선하고 장기적 사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하는데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허 내정자가 그룹 재무 관리를 총괄해온 만큼 신세계건설의 재무 건전성을 회복시킬 적임자로 꼽힌다”라며 “그룹 핵심 재무통을 신임 건설 대표로 내정한 건 그룹 차원에서 건설의 재무 이슈를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의지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허 신임 대표는 1962년생으로 1988년 삼성그룹에 입사해 삼성물산 미주 총괄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을 거쳤다. 이후 2018년 7월 신세계그룹에 입사해 전략실 기획총괄 부사장보, 지원총괄 부사장, 관리총괄 부사장, 백화점부문 기획전략본부장, 전략실 재무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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