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회계 변경으로 파운드리 업계 2위 ‘도약’

  • 뉴시스
  • 입력 2024년 4월 3일 14시 44분


올해부터 새 회계 기준…내부 물량 만으로 삼성과 견줘
美 '자국 중심주의' 업고 공격적 영업…테슬라 등에 구애
수익 확보·EUV 운영 경험 축적 등 난관…고객 확보 주목

ⓒ뉴시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이 삼성전자를 제치고 파운드리 업계 2위 자리를 넘보고 있다.

파운드리 사업은 외부 고객사가 설계한 반도체를 위탁 받아 생산·공급하는 사업으로, 인텔 파운드리 사업부의 매출 순위는 지난해 기준 글로벌 10위권 밖이다.

하지만 올해부터 CPU(중앙처리장치) 등 자사 생산 제품도 파운드리 사업 매출로 포함해 ‘업계 2위’ 타이틀을 확보한 뒤, 삼성전자와 고객사 수주 경쟁에 나설 태세다.

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2일(현지 시간) 새로운 회계 방식을 소개하는 웨비나를 열고, 오는 25일 공개되는 2024년도 1분기(1~3월) 실적부터 적용한다고 밝혔다.

인텔은 그동안 제품 사업 위주로 회계 기준을 운영해왔다. 영업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으로 생산(파운드리), 개발 부문의 비용을 할당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파운드리 사업을 별도로 운영해 자체 손익계산서를 작성한다. 특히 자사에서 의뢰한 제품도 파운드리 매출로 잡힌다. 거래도 ‘공정 시장 가격(Fair Market Price)’으로 한다.

인텔에 따르면 달라진 회계 기준을 지난해 실적에 적용할 경우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 매출은 189억달러다. 이는 같은 기간 삼성전자(22조4600억원·166억달러)보다 앞선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인텔 파운드리 사업은 지난해 4분기(10~12월) 매출 기준 글로벌 10대 파운드리 기업 순위에 들지 못했다. 내부 물량이 95%에 달해 현격한 순위 상승이 가능한 셈이다.

인텔은 오는 2030년 외부 수익 만으로도 파운드리 업계 2위 업체가 된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패트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인텔은 세계적인 반도체 제조업체이자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술 리더라는 독보적인 위치를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주도할 수 있는 막대한 기회를 창출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미국 등에 업은 인텔…삼성전자, 위협될까
인텔의 파운드리의 이날 발표는 국내에도 우려를 낳고 있다. 인텔은 지난해 반도체 업계 매출 순위에서 삼성전자(3위)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인텔은 최근 열린 행사에서도 올해 말 양산 예정인 차세대 파운드리 공정인 18A(1.8㎚·나노미터)에 대형 고객인 마이크로소프트(MS)를 확보했다고 밝혀 주목을 받았다. MS는 최근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을 뜨겁게 달구는 AI(인공지능) 반도체 칩을 인텔과 함께 생산할 수 있다. 인텔이 지난 2월 공개한 내부 물량을 제외한 외부 파운드리 수주 잔고는 150억달러(20조원)에 달한다.

미국 시장을 등에 업은 인텔의 ‘아메리카 원팀’ 전략은 한층 더 공고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미국은 반도체 제조 강국의 지위를 되찾기 위해 막대한 보조금을 앞세워 반도체 생산시설을 자국에 유지하려는 야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인텔은 칩스법의 최대 수혜자 중 하나로, 최근 미국 정부로부터 195억달러(26조원·대출 110억달러 포함)의 파격적인 보조금을 확보한 상태다. 최근 고물가로 인한 미국 내 생산시설 건설과 운영에 대한 우려가 큰 가운데, 보조금 지급으로 인텔은 미국 내 생산 시설 확장에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현재 미국 정부로부터 보조금 지급이 확정된 기업은 인텔을 포함해 단 4곳뿐이다.

◆수익 구조에는 우려…고객사 확보 경쟁에 주목
일각에서는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 전망에 불확실성이 크다는 의견도 있다.

인텔 파운드리 사업은 매출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지난해 70억달러 규모(9조원)의 영업 손실을 입었다. 인텔은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EUV(극자외선) 노광장비 확보에 많은 비용이 들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헀다.

다만 EUV의 경우 설비 복잡성이 높고 사용이 어려워, 인텔이 경험 축적와 인력 확보에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얼마나 조기에 수율(결함 없는 합격품의 비율) 안정화를 거두는지가 숙제다. 겔싱어 CEO는 이날 “EUV는 원가 경쟁력으로 전환되고 있다”며 “올해가 파운드리 운영 손실의 저점일 것”이라고 밝혔다.

인텔의 공정 자립에 대한 의구심도 나온다. TSMC는 지난 2월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인텔의 파운드리 기술력에 대한 질문에 대해 “인텔은 경쟁사면서, 자사의 고객이다. 너무 많은 언급을 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인텔은 외부 파운드리에서 30%가량의 웨이퍼를 조달하고 있다.

인텔이 끈끈한 고객 관계를 기반으로 하는 파운드리 사업에서 조기 정착할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파운드리 사업은 단순한 제조 사업과 달리, 오랜 기간 쌓아온 협력 관계가 중요하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부 출범 초기에 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갤싱어 CEO는 지난달 24일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특정 사용자에게 이야기를 전달하는 수단인 ‘태그’ 기능을 이용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에게 “이번 주 반도체 지원법(칩스법) 행사에서 당신을 생각하고 있었다”며 영업에 나서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경계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29일 미국 출장 기간 테슬라에서 제공한 사이버트럭을 시승한 소감을 자신의 SNS에 올려 눈길을 끌었다. 삼성전자는 테슬라에 들어가는 자율주행(FSD) 칩을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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