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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나를 사랑해. 이렇게 아름다운 그녀가 날 사랑하네. 아이보리 매직. 오 막걸리나.”
3인조 밴드 버스커버스커가 2011년 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부른 ‘막걸리나(원곡 윤종신)’의 노래 가사다. 이 시기는 우리나라 전통술인 막걸리의 전성기로 꼽히기도 한다. 2000년 중후반 일본에서 시작한 막걸리 열풍이 노래를 만나면서 국내에도 강하게 분 것이다. 하지만 인기는 금세 사그라졌고, 장기간 침체기가 이어졌다.
막걸리 시장은 팬데믹을 지나면서 다시 날개를 펴는 듯 했다. MZ세대가 주목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반등했고, 정부가 막걸리를 ‘법적 전통주’로 편입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WHO)가 ‘아스파탐’을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하면서 또 한 번 발목을 잡았다.
새로운 자극이 필요한 때에 연예계 대표 애주가로 꼽히는 가수 성시경 씨가 지난 2월 자신의 이름을 딴 주류 브랜드 ‘경(璄)’을 론칭했다. 그는 알코올도수 12도짜리 막걸리인 ‘경탁주’를 출시하면서 시장에 기대감을 불어넣고 있다.
원주에 가까운 ‘12도’… 경탁주, 골목, 해창의 차이는?
본래 막걸리 원주(源酒)의 알코올 도수는 15도쯤이다. 시중에 판매되는 막걸리는 원주에 물을 넣어 6도 정도로 희석하고, 아스파탐 등 인공감미료로 단맛을 보충하면서 가볍고 청량한 맛을 낸다. 경탁주는 시중 막걸리보다 원주에 가깝다. 인공감미료 없이 쌀, 국, 효모, 산도조절제(젖산, 구연산)만 사용해 묵직하고 걸쭉한 막걸리를 완성했다. 국내산 쌀을 46% 이상 사용한다.
경탁주와 유사한 막걸리 제품으로는 ‘골목막걸리 프리미엄(이하 골목)’과 ‘해창막걸리 12도(이하 해창)’ 등을 꼽을 수 있다. 세 제품 모두 알코올 도수 12도로 같다. 다만 제조 과정에서 다른 점이 있다. 골목은 맥주 효모로 유명한 ‘사카로마이세스 세레비지애(Saccharomyces cerevisiae)’를 사용하며, 해창은 국내산 찹쌀과 함께 멥쌀을 원재료로 쓰고 있다. 원재료가 다르기 때문에 제품의 맛과 향 등에도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세 제품을 직접 구해서 비교해봤다.
경탁주의 가격은 500㎖ 2병 기준 2만8000원(배송비 제외)으로 저렴하진 않은 편이다. 판매 채널마다 상이하지만 골목(350㎖)은 8000원대, 해창(900㎖)은 1만4000원대로 구매할 수 있다. 100㎖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경탁주가 2800원으로 가장 비싸며, 해창이 1500원대로 가장 저렴했다. 대신 경탁주는 구매하면 증명서(Certification)가 함께 동봉돼 만족감을 준다. 증명서에는 제품의 원재료 정보와 함께 상품 번호가 기입돼 있다. 프리미엄이라는 인식을 확실히 주는 부분이다. 또 뒷면에는 브랜드 스토리, 맛, 음용방법 등에 대한 설명이 있다.
먼저 색깔에서부터 차이가 있었다. 경탁주는 세 제품 중 가장 우유같이 뽀얀 색깔을 띤다. 반면 골목은 땅콩색깔처럼 진했다. 해창은 두 제품의 중간쯤 색깔이었다. 맛은 크게 △단맛 △쓴맛 △신맛 △질감 △청량감 등 5개 항목을 고려했다. 또한 아무 것도 섞지 않아 제품 본연의 맛을 즐기는 ‘스트레이트’와 얼음으로 희석하며 즐기는 ‘온더락’ 등 두 가지 음용 방식도 비교했다.
▼경탁주 단맛은 경탁주가 비교적 강했다. 고도수인 만큼 쓴맛이 없진 않다. 하지만 사과나 배, 포도와 같은 과실 향과 단맛이 느껴지면서 전체적으로는 단맛이 중심인 느낌을 준다. 질감은 우유나 요거트처럼 부드러웠다. 그리고 적당한 신맛과 청량감이 조화를 이뤄서 밸런스를 잡아줬다. 걸쭉한 고도수 막걸리임에도 희석하지 않고 마시기에 크게 부담이 없을 정도였다.
희석했을 땐 경탁주의 질감이 매우 부드러워진다. 본래 우유 같은 질감이 희석하면서 극대화된 것으로 보인다. 걸쭉한 질감에 묻혔던 청량감도 살아났다. 톡 쏘는 청량감보다는 산뜻하고 경쾌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골목막걸리 프리미엄 골목은 경탁주에 비해 단맛이 약했다. 은은한 단맛으로 부담 없이 즐기기 좋았다. 제품 후기를 살펴보면 견과류의 미세한 단맛이 난다는 의견이 종종 있었다. 단맛이 부족하다보니 다른 제품보다는 쓴맛이 강조됐다. 다른 제품에 비해 묵직하고 걸쭉해 청량한 느낌을 받기 어려웠다. 스트레이트보단 온더락 음용 방법이 적합한 막걸리라고 생각된다. 온더락으로 희석하면서 마시면 맛과 질감이 중화되면서 먹기 좋은 상태가 된다.
▼해창막걸리 12도 해창의 가장 큰 특징은 청량감이 세 제품 중 가장 강조됐다는 점이다. 그만큼 걸쭉한 느낌도 가장 덜했다. 해창은 톡 쏘는 청량감과 산미가 있어 희석하지 않고도 마시기에 적당했다. 단맛의 정도는 골목보다 덜했지만, 큰 차이라고 보긴 어려웠다. 향은 경탁주와 골목에 비해 콩과 같은 구수한 향이 짙게 느껴졌다. 희석하면 향도 함께 사라져서 스트레이트로 마실 때 매력적인 막걸리라고 생각된다.
종합하자면 경탁주는 희석했을 때 강점을 보인다. 단맛과 과실향, 부드러움 질감 등이 확 살아난다. 성시경 씨도 이러한 음용 방식을 추천할 정도. 호불호 없이 많은 이들이 선호할만한 막걸리라는 인상을 받았다. 골목은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밸런스 잡힌 술을 원하는 이들에게 적합할 것 같다. 해창은 특유의 향을 음미하면서도 청량한 고도수 막걸리를 경험하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경탁주 반기는 막걸리업계… 최종 목표는 소주?
일단 막걸리 업계는 경탁주의 출시를 반기는 분위기다.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막걸리가 ‘스타 마케팅’을 통해 다시 관심을 받을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다. 실제로 2022년 가수 박재범 씨가 증류식 소주인 ‘원소주’를 출시하면서 증류주 시장 전체가 들썩인 바 있다.
막걸리 업계 관계자는 “막걸리 시장은 증류주와 달리 온라인 판매가 가능한 ‘법적 전통주’ 비중이 낮아 성장 요인이 크진 않다”면서도 “막걸리라는 주종 자체가 관심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선 긍정적인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경탁주는 아직까지 ‘제2의 원소주’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온라인에서만 매일 오전 11시에 한정 수량 판매되는데, 눈 깜짝할 사이 품절되는 상황. 소비자들 사이에선 ‘오픈런’을 넘어 ‘막케팅(막걸리+티케팅)’이란 말까지 나올 정도다. 공급량이 많지 않아 오프라인으로 판매처를 확대하기에도 어렵다고 한다. 현재는 주류 제조 스타트업인 제이1 농업회사법인(이하 제이1)이 생산하며, 일부 물량 초과분에 대해선 당진 신평 양조장이 위탁 생산한다.
‘경’과 ‘제이1’은 향후에도 다양한 주종 생산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저도수 막걸리가 다음 타자일 가능성이 높다. 성시경 씨는 자신의 유튜브를 통해 “다음에는 6도 막걸리. 탄산이 들어있는 마시기 쉬운 막걸리도 출시할 계획이 있다”며 “결론적으로는 소주까지 가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그는 경탁주 이외에 경소주, 경맥주, 경사케, 경와인, 경위스키, 경하이볼 등 주종별 상표도 등록을 마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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