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F 두고 경쟁 불붙은 정유업계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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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식물성 바이오유서 추출한 항공유
에쓰오일, 국내 첫 국제인증 받아
SK이노는 올해 말 SAF 생산 테스트
GS칼텍스-HD현대, 대한항공과 협력

에쓰오일이 국내 정유사 최초로 국제 인증을 받은 지속가능항공유(SAF)를 생산할 수 있게 됐다. 항공산업에 대한 선진국들의 탄소 배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항공업계가 SAF 사용을 늘려가는 가운데 국내 정유업계의 경쟁에도 불이 붙었다. 하지만 아직 국내에는 SAF 생산 지침과 급유 인프라 등이 부족해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에쓰오일은 국내 정유사 최초로 국제항공 분야에서 SAF 생산을 공식 인증하는 ‘ISCC 코르시아(CORSIA·탄소 상쇄 및 감축제도)’ 인증을 얻었다고 4일 밝혔다. 아직까지 양산을 위한 설비는 없지만 에쓰오일이 향후 생산한 SAF를 해외 항공사에 수출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는 의미다. 지속가능성 및 저탄소 정유 제품에 대한 국제 인증 제도인 ISCC도 취득했다.

SAF는 석유가 아닌 동식물성 바이오 기름이나 합성원유(생활 폐기물을 활용한 원유) 등에서 추출한 항공유다. 기존 화석연료 항공유 대비 탄소 배출을 80∼90% 줄일 수 있다. 에쓰오일은 올 1월부터 폐식용유와 팜 잔사유(팜유 생산에서 나오는 부산물) 등을 활용해 시험 생산에 나서 이번에 국제인증을 받았다.

다른 정유사들도 SAF 인증 및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말 SAF 생산 테스트를 진행할 계획이며, 2026년 상업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SAF의 재료가 되는 폐식용유 등 원료 확보를 위해 중국과 한국, 미국 업체들에 지분 투자를 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지난해부터 대한항공과 SAF 시범 운항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지난해 9월 세계 최대 바이오연료 생산 기업인 핀란드 네스테로부터 SAF를 공급받아 인천∼로스앤젤레스(LA) 노선 화물기를 통해 시범 운항을 진행했다. 원료 확보를 위해 인도네시아에 바이오 정제공장 건설도 추진 중이다.

HD현대오일뱅크는 2021년 대한항공과 SAF 사용 기반 구축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식물성 기름을 이용해 SAF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이다.

항공업계의 탄소 배출에 대한 각국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SAF 시장은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모르도르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SAF 시장 규모는 지난해 44억6720만 달러에서 2027년 215억6520만 달러로 커질 전망이다.

하지만 국내의 제도적 기반이 미비해 산업 활성화를 막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1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SAF 생산에 관한 법적인 근거가 마련됐지만, 여전히 구체적인 시행령은 없는 상태다. SAF를 어떤 방식으로, 어떤 비율로 생산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 등이 없는 상태다. 이에 국내 정유사들은 생산 시설 구축 계획을 갖고도 실제 생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국내 공항들이 SAF 저장 및 공급, 유통, 급유 등에 필요한 인프라를 전혀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항공유 생산 및 수출 강국인데 미적거리다가 SAF 분야에서 선진국들에 뒤처질 우려가 있다”며 “제도 마련에 더해 SAF 생산 및 시장 촉진을 위한 정부의 세제 혜택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정유업계#saf#항공유#탄소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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