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금융그룹, 실적 전망 먹구름
지난해 1분기보다 12% 감소 예상… ELS 배상 많은 국민銀 18% ‘뚝’
연체율 뛰고 PF부실 증가도 부담… 신규채용 축소 등 비용 절감 나서
국내 주요 금융그룹들의 실적 전망에 잔뜩 먹구름이 끼고 있다. 홍콩 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의 대규모 손실 배상이 진행되고 있는 데다 대출 연체율 상승,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 악재가 겹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의 올해 1분기(1∼3월) 순익이 1년 전보다 6000억 원 넘게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주요 은행들은 실적 부진에 대비해 올 상반기(1∼6월) 신규 채용을 줄이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모습이다.
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 추정치는 총 4조3624억 원이다. 지난해 1분기(4조9696억 원)보다 12.2% 줄어든 수치다. 이들 회사의 올 1분기 영업이익(6조4256억 원) 역시 전년 동기(6조6520억 원) 대비 3.4%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지주사별로 보면 ELS를 가장 많이 판매한 KB금융의 순이익 감소 폭이 가장 클 것으로 전망됐다. KB금융의 올 1분기 순이익은 1조2268억 원으로 1년 전(1조4992억 원)보다 18.2%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같은 기간 신한·하나·우리금융의 1분기 순이익은 각각 8.6%, 10.8%, 9.9%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금융권에선 올 1분기 금융지주 실적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홍콩 ELS 대규모 자율배상을 꼽는다. 6개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SC제일) 기준으로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홍콩 ELS 규모는 10조483억 원에 달한다. 금융권에서 추산하는 손실률 50%, 배상률 40%를 적용하면 6개 은행 전체 배상 규모는 약 2조97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최근 다시 꿈틀대는 대출 연체율도 금융지주사 실적에 부담을 주는 요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1월 말 국내 은행 원화 대출 연체율은 0.45%로 한 달 전보다 0.07%포인트 올랐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은행의 대출 연체율은 0.38%로 전달에 비해 0.08%포인트 하락했는데, 올 들어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지난해 4분기(10∼12월) 은행에서 새로 발생한 부실채권 규모도 5조7000억 원으로 5년 만에 최대 수준으로 집계됐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등 부동산 PF 부실과 자영업 경기 침체로 대출 자금 회수가 어려워진 것이 은행 건전성에 타격을 주는 양상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달 높은 연체율과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압박을 거론하며 국내 은행들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추기도 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따른 시장금리 하락까지 더해지면 은행권 순이익 전망치는 향후 더 감소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들은 실적 부진에 대비해 상반기 신규 채용을 줄이는 등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다. 5대 은행의 상반기 채용 규모는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농협은행을 제외하고는 모두 크게 줄었다. 신한은행은 올 상반기에 지난해 상반기(250명)보다 60% 줄어든 약 100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지난해 상반기 각각 250명씩 뽑았으나 올해는 150명, 180명으로 채용 인원을 대폭 줄였다. 은행권 관계자는 “현재 신규 채용을 줄이는 등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다”며 “ELS 손실 배상에 따른 충당부채 규모를 산정하고 있는 단계라서 향후 실적이 더 낮아질 수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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