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하 깜빡이 아직”…한은, 4월 금리 동결 무게

  • 뉴시스
  • 입력 2024년 4월 8일 10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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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금리 불확실·고물가에 관망…7~8월 인하 전망

한국은행의 4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이달 12일 열린다. 시장에서는 딜레마에 처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한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금통위가 이번에도 금리를 묶으면 10차례 연속 동결이 된다.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가 밀리면서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불확실성이 줄어들 때까지 시장을 관망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물가가 재차 3%대로 올라선 가운데 가계부채와 저성장,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 우려가 여전하다는 점은 금리 조정을 어렵게 한다.

8일 한은에 따르면 금통위는 이달 12일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이번 회의에는 금통위원 중 대표적인 매파로 분류되는 조윤제 위원과 서영경 위원이 임기 종료를 앞두고 마지막으로 참여한다.

금통위는 지난해 1월 0.25%포인트 인상을 마지막으로 2월부터 올해 2월까지 9회 연속 기준금리를 3.5%로 묶었다. 시장에서는 이번에도 한은이 기준금리를 손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높다.

금통위가 금리를 낮추지 못하는 이유로는 미국의 경기 호조에 따른 금리 불확실성이 우선 꼽힌다. 연준이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2월(1.4%)보다 0.7%포인트 높은 2.1%로 상향 조정할 만큼 굳이 금리를 내릴 필요성이 낮아졌다.

한은이 섣불리 금리 인하에 나섰다간 금리 역전차 확대에 고환율 장기화와 자본유출 우려가 커진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미국 금리 인하 가능성은 한달 전 70%대에서 현재 50%대까지 낮아진 상황이다.

물가 불확실성도 한은의 인하 시도를 망설이게 한다.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1%로 두달 연속 3%대를 이어가는 가운데 농축수산물 물가는 11.7%로 2년 11개월만에 가장 크게 상승했다.

중동의 지정학적 분쟁에 따른 유가 공급 위축 가능성과 미국의 경기 호조에 따른 유가 상방 압력도 물가 압력을 높이고 있다. 브렌트유는 최근 배럴당 90달러 선을 넘으며 9월 100달러 돌파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우리 경제 최대 뇌관으로 꼽히는 가계부채 증가세가 꺾이지 않았다는 점도 금리 인하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소다. 3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은 전월보다 4조7000억원 늘어난 860조원을 기록해 12개월 연속 올랐다. 2월 기준으로 역대 3번째 증가 폭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금리 인상에 나서기도 쉽지 않다. 수출이 회복에도 고금리와 고물가에 고환율까지 겹치며 민간 소비 위축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에서다. 한은은 올해 민간소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9%에서 1.6%로 대폭 하향 조정한 상태다.

부동산PF부실에 따른 금융 불안 우려도 높다. 태영건설 워크아웃으로 건설업계의 자본 조달 경색 우려가 한층 커진 상태다. 여기에 부동산 연착륙을 유도하는 정부와의 엇박자도 골칫거리다. 자칫 금리를 높였다가는 부동산 폭락에 따른 금융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2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물가가 목표수준으로 수렴해가는 것이 충분히 확인되는 시점에서 긴축 완화를 시작할 수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위원은 가계대출에 대해 “향후 기준금리의 피벗(정책 전환) 시점 결정에 있어서 주택 가격과 함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결국 금통위는 이번에도 현상 유지를 결정하며 매파 시그널을 보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월에 이어 2월 금통위 직후에도 “상반기 중 금리인하는 어렵다”며 조기 금리 인하 기대 차단에 나선 바 있다.

관전 포인트는 금통위원의 인하 소수 의견의 등장 여부다. 2월 금통위에서는 금통위원 만장일치 동결에도 3개월 금리를 전망하는 한국형 포워드가이던스를 통해서 3개월 후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한은의 통화정책 전환 시기로는 미국의 금리 인하 시점 이후로 보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한은이 미국과 금리차를 벌리지 않고 관망하다가 연준의 금리 인하에 나선 후 금리를 낮출 것이란 의견이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만장일치 동결로 소수 의견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미국의 금리 인하 시점이 7월로 예상하는 만큼 한은은 8월이나 돼야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고 봤다.

우혜영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이 밀리는 분위기로 한은의 고민이 깊어지는 상황”이라면서 “연준의 인하 시점이 6월 혹은 7월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한은의 인하 선택을 주저하게 할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연준은 7월쯤 인하하고, 한은도 이르면 7월 혹은 8월쯤이면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며 “연준은 연내 3회, 우리나라는 2회 인하를 각각 예상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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