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기업공개(IPO) 시장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 최근 국내 증시 호황에 따라 투자자들의 관심이 IPO 시장으로 이어진 영향이다. 지난해 6월부터 신규 상장 종목의 가격 제한 폭이 확대되면서 거래가 활성화된 것도 IPO 시장 흥행의 배경으로 꼽힌다. 대어급 IPO가 아닌 중·소형주 위주로 이뤄낸 성과라는 한계는 있지만 최근 공모주 흥행 기조는 연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1분기(1∼3월)에는 우진엔텍, 스튜디오삼익 등 14개 기업이 IPO를 진행했다. 일반청약 경쟁률은 1797 대 1로 전년 같은 기간(889 대 1)보다 크게 상승했다. 기관들의 수요예측 열기도 뜨겁게 달아올랐다. 14개 기업의 확정 공모가가 모두 희망 범위(밴드)의 상단을 초과해서 결정됐다. 과거 대부분 밴드 상단 정도에서 공모가가 확정됐다는 것을 감안하면 최근 공모주 시장의 흥행은 최고조에 달했다고 볼 수 있다. 확정 공모가 대비 상장 당일 시초가가 평균 166%가량 상승하면서 주가수익률 측면에서도 IPO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최근 IPO 시장이 과열됐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최근 확정 공모가가 공모가 밴드 상단 대비 20% 높은 가격에 형성되는 현상은 이례적이며, 이는 단기 과열의 증거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또 공모주의 흥행 가도는 신규 상장한 개별 기업의 밸류에이션(평가 가치) 매력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6월부터 신규 상장 종목의 가격 제한 폭이 확대되면서 개별 종목의 주가 변동성이 과도하게 커졌다는 지적도 있다. 시행세칙을 개정하기 전에는 상장 당일 최대 주가 상승률은 일명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오른 뒤 상한가)이라고 불리는 130%가 최고였지만, 최근에는 공모가의 300%까지 늘었다. 가격 제한 폭 확대를 통해 가격 발견 기능을 높이겠다는 취지였지만 오히려 가격 변동성은 더 커졌다.
IPO 시장이 과열됐고 변동성마저 커졌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연말까지 IPO 시장은 중·소형주 위주로 흥행을 이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연말까지 한국의 총선, 미국의 대선 등 정치 이벤트가 있고 한미 기준 금리 인하도 예정돼 있다. 이 같은 국내외 이슈들은 국내 증시의 강세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국내 증시를 둘러싼 여건도 나쁘지 않다. 코스피의 경우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해 펀더멘털(기초체력)이 개선될 여지가 크다. 코스닥 역시 증시 주변 자금 성격인 투자자예탁금 및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액이 각각 50조 원, 40조 원 이상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개별 종목들의 모멘텀이 시세에 온전히 반영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있다.
지난해 7월부터 허수 청약을 막기 위해 기관투자가의 주금납입 능력을 확인하는 제도가 시행됐는데 이를 통해 기관투자가의 확약 비율도 크게 상승했다. 2023년 1분기(1∼3월) 기관투자가의 확약 비율은 9.7%였지만 올해 1분기 33.6%로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확약 비율(26.4%)보다 높은 수준이다. 공모주 투자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된 만큼 당분간은 과도한 우려보다는 IPO 시장의 흥행 지속 여부에 주목해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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