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테슬라 주가가 30% 떨어졌지만,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의 매수세는 끊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테슬라 성장성에 대한 의문까지 제기하고 있으나, 국내 투자자들은 ‘저가 매수’ 기회로 봤다.
9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통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서학개미의 테슬라 순매수 금액은 9억 4656만 달러로 미국 전체 종목 중 순매수 규모가 가장 컸다. 인공지능(AI) 테마를 이끄는 엔비디아(8억 484만 달러)도 테슬라 순매수 금액을 따라잡지 못했다.
지난 4일 기준 보관액 역시 100억 2882만 달러로 미국 전체 종목 중 1위를 기록했다. 2위인 엔비디아(85억 6112만 달러)보다도 15억 달러 가까이 많다.
최근 테슬라 주가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5일 기준 테슬라 주가는 164.90달러로, 올해 들어서만 83.58달러(33.63%) 하락했다. 글로벌 전기차 수요 부진에 시장 분위기가 얼어붙은 데다 중국의 저가형 모델 공습에 주가가 3분의 1토막났다.
주가 하락세가 이어지자 서학개미의 매수세도 주춤한 바 있다. 지난 1월 3억 2696만 달러 순매수 규모 1위를 지켰던 테슬라는 2월 2위(3억 3758만 달러), 3월 4위(1억 7051만 달러)로 순매수 순위 하락했다.
하지만 이달 들어 매수세가 다시 몰렸다. 국내 투자자들은 4월 첫째 주인 1~5일 테슬라를 1억 1151만 달러어치 순매수했다. 지난달 한 달 전체 순매수 규모만큼을 일주일 만에 쓸어 담았다. 현 주가 수준을 ‘저가’로 판단한 서학개미들이 반등 기대로 매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월가에서는 줄줄이 목표주가를 하향하고 있다. JP모건은 테슬라의 목표가를 기존 130달러에서 115달러로 낮췄다. 지난 1월 135달러에서 130달러로 내렸는데, 재차 목표가를 내린 것이다. 구겐하임증권은 기존 132달러에서 122달러로, 도이치뱅크는 기존 200달러에서 189달러로 각각 목표가를 하향했다.
물론 여전히 테슬라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단기적인 실적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저가 전기차 출시로 경쟁력을 회복하거나 자율주행 분야 등 AI 기술 수익화로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박연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최근 전기차 시장이 한계에 도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지만, 충분히 좋은 가격과 성능을 가진 전기차는 여전히 수요가 좋다”며 “2025년 하반기 테슬라의 모델2가 출시되면 사실상 내연기관 자동차와 시작가격이 같아져 연료비 절감 효과 때문에라도 판매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보다 중요한 논점은 테슬라를 전기차 하드웨어 업체로 볼 것인지, AI 소프트웨어 업체로 볼 것인지다”라며 “레벨 2+ 도심 자율주행이 본격적으로 수익화되거나 AI 로보틱스 분야로 진출할 수 있다면 그 가치가 훨씬 클 것”이라고 했다. 또 “목표 주가는 225달러로 17% 하향하지만, 중장기적 긍정적 시각을 유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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