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불안이 커지면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5%로 10차례 연속 동결했다. 한은은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현재의 물가 수준이 계속되는 한 당분간 고금리 기조를 유지할 뜻을 내비쳤다. 이에 따라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 한국 경제를 옥죄는 ‘3고(高) 위기’가 한동안 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원-달러 환율도 하루 만에 11원 이상 급등하며 이틀째 고공 행진을 이어갔다. 총선이 끝나자마자 정부는 물가 대응에 비상이 걸렸다.》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물가에 올 상반기(1∼6월)는커녕 하반기(7∼12월) 기준금리 인하 여부마저 불투명해졌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2월 이후 10번째 금리를 동결한 12일 원-달러 환율은 1년 5개월 만에 1370원 선을 돌파했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삼중고 부담이 갈수록 가중되는 모양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금통위원 6명 모두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예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 생각하고 있다”며 “농산물 가격과 유가가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날 한은은 금통위원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연 3.5%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 총재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월 기준 3.1%에서 연말 2.3%(전망치)까지 안정되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각에서)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를 위한 깜빡이를 켰다고 표현하는데, 지금은 차선을 바꾸려고 깜빡이를 켠 상황이 아니라 물가 상승 움직임을 봐가면서 깜빡이를 켤지 말지 고민하는 상황”이라며 “물가상승률이 연말에 2.3%에 부합할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서도 조기 피벗(통화정책 방향 전환)에 대한 경계 목소리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11일(현지 시간)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최근 경제지표들은 통화정책 완화가 생각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정책 입안자들은 너무 이른 금리 인하 요구에 저항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미국 금리 인하 시점이 당초 예상보다 지연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강달러 압력이 커지면서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1.3원 오른 1375.4원에 마감했다. 환율이 1370원을 넘은 건 2022년 11월 10일 이후 약 1년 5개월 만이다.
정부는 가격이 급등한 농산물과 석유류에 물가 대책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이날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농산물 가격 안정을 위해 양파 저율관세 수입물량 5000t과 대파 할당관세 3000t을 차질 없이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이날 석유시장 점검회의를 열어 전국 알뜰주유소의 석유제품 판매가격이 평균보다 L당 30∼40원 낮게 유지되도록 노력하고, 올해 알뜰주유소 40곳을 추가로 선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이 총재는 사과 등 농산물 가격 상승에 대해 “통화정책이나 재정정책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농산물 수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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