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선진국의 기술 관련 업종을 중심으로 글로벌 제조업 지표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과 미국 외 지역의 격차가 축소되는 추세가 가속화되면 최근 미국발 고금리 장기화 여파에 따른 강달러 현상도 한층 누그러들 것으로 예상된다. 달러 약세 시점은 9월로 예상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와 맞물릴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제조업 경기는 2022년 하반기(7∼12월)부터 주요국 전반에서 둔화하면서 침체 국면에 진입했다. 하지만 이는 통상적인 제조업에 대한 수요 부진이 아니라 팬데믹이라는 유례없는 상황을 지나면서 맞이한 특수한 국면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한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전 세계적인 봉쇄 조치(록다운)로 인해 추세를 크게 웃돌았던 상품 소비 쏠림 현상이 엔데믹 이후 정상화되면서 수요 조정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현재 글로벌 제조업 경기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추세적인 회복 기조로 전환된 것으로 판단한다. 특히 미국과 미국 외의 지역 간 경기 격차가 점점 축소되고 있다는 점을 주의 깊게 봐야 한다. 미국은 국내총생산(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10%에 불과하지만, 중국이나 일본, 독일, 한국의 제조업 비중은 20∼30%에 달한다. 글로벌 제조업 회복세가 미국 외 지역의 경기 회복에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올해 3월 중국 국가통계국과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財新)이 발표한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모두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세부 구성 지표를 살펴보면, 생산과 신규 주문, 고용, 수출 주문 등이 고르게 전월 대비 상승했다. 다만, 수출 주문의 상승 폭이 상대적으로 두드러졌다. 이는 내수보다는 글로벌, 특히 선진국 수요 개선이 지표 상승의 주요 동력이 됐다는 점을 의미한다. 따라서 중국의 내수까지 경기가 살아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판단한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은 제조업보다는 서비스업이 경기 회복을 이끌고 있다. 인플레이션 둔화에 따라 실질소득이 개선되면서 유로존의 회복세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유로존의 3월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은 2.4%로 전월(2.6%) 대비 하락했다. 이에 따라 유럽중앙은행(ECB)이 올 상반기(1∼6월) 내에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도 있다.
이탈리아와 독일의 10년물 국채 금리 간 스프레드(금리 차이)가 2022년 초 이후 최저치로 축소된 것도 유로존 경기 회복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는 근거 중 하나다.
미국과 미국 외 지역 간 경기 격차 축소는 9월로 예상되는 연준의 첫 금리 인하와 함께 달러화의 완만한 약세 전환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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