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이 확전 위기에 놓이면서 국제유가가 고공 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정부가 이달 종료를 앞둔 유류세 인하 조치를 두 달 더 연장하기로 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5일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민생의 부담이 가중되지 않도록 현재의 유류세 인하 조치와 경유·압축천연가스(CNG) 유가 연동 보조금을 6월 말까지 2개월 추가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교통·에너지·환경세법 시행령 개정안과 개별소비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17일 입법 예고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휘발유는 L당 205원의 가격 인하 효과가 2개월 더 유지된다. 정부는 휘발유 유류세를 37%까지 내렸다가 지난해 1월부터 인하율을 25%로 줄인 바 있다. 이후 이번까지 총 9번에 걸쳐 인하 조치를 연장해 왔다. 경유와 액화석유가스(LPG) 부탄에 대해서도 37% 인하율이 유지된다. 경유는 L당 212원, LPG 부탄은 73원 싸지는 것이다. 화물차, 버스 등을 대상으로 하는 유가 연동 보조금도 연장돼 경유의 경우 L당 1700원이 넘으면 정부로부터 초과금의 50%를 지원받을 수 있다.
이란의 이스라엘 본토 공격으로 국내외 유가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선제적으로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유류세 인하 조치가 지속되고 있는데도 최근 국제유가가 들썩이면서 국내 휘발유 가격은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15일 오후 7시 기준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L당 1692.09원으로 집계됐다. 전날보다 4.7원 오른 수준으로,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100원 넘게 올랐다. 국내외 유가가 오르면 국내 물가 상승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또 기름값 안정을 위해 연내 알뜰주유소 40곳을 추가로 선정하고 국제유가 변동성 확대에 편승한 과도한 가격 인상이 없도록 주유소 특별점검을 실시하기로 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아직까지는 중동 사태가 국내 금융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이란과 이스라엘에 대한 국내 금융회사의 익스포저(대출 등 위험노출액)는 각각 100만 달러, 2억9000만 달러 수준이다.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긴급 시장점검회의를 열고 “국내 금융시장 여건이 양호한 상황이고 시장 불안 요인에 대한 정부의 대응 여력도 충분하다”며 “시장 참여자들이 과도한 우려를 가질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