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30% 뛰어… 멀어지는 ‘은퇴뒤 전원주택’ 꿈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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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침체에 원자재값 급등 겹쳐
“평당 1000만원 밑으론 공사 어려워”
단독주택 인허가 1년새 33% 줄어
오도이촌 세컨드하우스 시장도 타격

50대 직장인 김모 씨는 지난해 말 경기 지역에 단독주택을 지었다. 철근콘크리트 구조보다 저렴한 경량목 구조로 지었는데도 평(3.3㎡)당 공사비가 1000만 원 가까이 들었다. 토지 가격을 제외하고 건물을 올리는 데만 총 7억 원을 썼다. 김 씨는 “2021년 토지를 매입한 뒤 공사비 상승세 때문에 미루고 미루다 지난해 4월에야 착공했다”면서 “자재 등을 다운그레이드 했는데도 3년 전 예상보다 공사비가 30%가량 올랐다”고 했다.

최근 원자재값 급등으로 공사비가 오르고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단독주택 건설 시장도 직격탄을 맞았다. 규모가 작고 주로 개인이 짓는 단독주택의 특성상 공사비 상승에 상대적으로 취약해 신축 물량 자체가 급감했다. ‘오도이촌’(5일은 도시에서 2일은 농촌에서)과 세컨드하우스 등 은퇴 후 전원 생활을 꿈꾸던 베이비붐 세대(1960년대 후반∼1970년대 초반 출생)들의 계획에 차질이 생긴 셈이다.

1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단독주택 인허가 건수는 2만9898건으로 전년(4만4244건) 대비 33% 줄었다. 2년 전(5만1224건)에 비해서는 42%가 감소한 수치다. 단독주택 수요가 많은 수도권에서는 하락 폭이 더 컸다. 같은 기간 수도권은 1만5052건에서 7765건으로 49% 줄었다. 단독주택 건설 인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설계도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인허가 물량이 곧 착공 물량으로 여겨진다.

단독주택 건립이 많은 경기 양평군청 관계자는 “양평군의 단독주택 인허가 물량이 2022년 9월부터 조금씩 줄더니 지난해에는 평년 대비 30∼40% 감소했다”며 “아파트 규제가 많아 단독주택 물량이 많았던 이곳에서 인허가 물량이 이렇게 적었던 적은 처음”이라고 했다.

배경은 역시 가파른 공사비 상승세가 꼽힌다. 국토부에 따르면 5층 이하 주택의 기본형 건축비는 2021년 ㎡당 167만 원에서 올해 3월 기준 200만7000원으로 20% 이상 상승했다. 분양가상한제 공동주택(전용면적 125㎡ 이상)에 적용되는 기준이지만 최근 공사비 상승세를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단독주택은 공사비 상승에 더 취약하다. 소규모 업체가 공사를 맡다 보니 자재를 도매로 비축할 수 없고, 상대적으로 인력 수급도 어렵기 때문이다. 단독주택을 설계·시공하는 정주영 레어스탠다드 아키텍츠 대표는 “최근 인건비나 원자재값 수준으로는 평당 1000만 원 밑으로는 평균적인 품질의 철근콘크리트 단독주택을 짓기 어렵다”며 “2년 전 800만∼1000만 원 수준에서 이젠 1000만∼1200만 원가량으로 올랐다”고 말했다.

아파트 매매가 줄어든 것도 단독주택 수요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은 2만202건으로 전년 동기(2만9601건) 대비 32% 감소했다. 한 단독주택 시공사 대표는 “상담 고객 대부분은 아파트를 처분하고 단독주택을 짓겠다고 하는데, 기존 집이 안 팔려 섣불리 공사를 시작할 수 없다고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고 전했다.

단독주택 시장은 회복 속도 역시 아파트 등보다 상대적으로 더딜 것으로 보인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주택 시장이 호황일 때는 단독·다가구주택 등을 가리지 않고 공급되지만 침체기 땐 다르다”며 “단독주택은 재개발·재건축 등 정부 주도 공급 확대 방안의 영향도 적어 수요가 가장 늦게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사비#은퇴#전원주택#부동산 침체#원자재값 급등#단독주택 인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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