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장엔진 아시아 뉴7]
HD현대, 부품 75% 현지 생산
1위 日히타치와 점유율 3.4%P차
‘16.3%포인트→3.4%포인트.’
인도 건설기계 시장 1위인 타타-히타치(일본과 인도 합작사)와 2위인 한국의 HD현대건설기계의 최근 5년 새 점유율 격차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건설기계 업계에 따르면 HD현대건설기계의 1분기(1∼3월) 인도 시장 점유율은 17.4%로 타타-히타치(점유율 20.8%)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HD그룹의 건설기계 계열사인 HD현대건설기계는 2007년 인도에 진출했다. 당시 인도 건설기계 시장은 일본과 중국 업체들이 주도했다. HD현대건설기계는 현지 부품 조달률을 75%까지 높이면서 납품 기일을 단축시키고, 성능은 높이되 가격은 낮추면서 빠르게 인지도를 끌어올렸다.
2019년의 경우 타타-히타치의 점유율은 30.2%로 압도적 1위였다. 당시 3위였던 HD현대건설기계와의 격차는 16.3%포인트. 이를 올해 1분기 3.4%포인트까지 줄였다. 심성우 HD현대건설기계 인도법인장은 “2030년 인도 시장 점유율 30% 달성을 목표로 잡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 인구는 14억 명이 넘어 세계 1위로 건설기계 시장 규모는 약 9조2000억 원이다. 1분기 기준 인도 건설기계 시장 톱10에 일본 3개사, 중국 3개사가 이름을 올린 반면 한국 기업은 HD현대건설기계뿐이다.
부품 75% 현지화… ‘18조’ 印 굴착기 시장서 日보다 발빠른 대응
[신성장엔진 아시아 뉴7] 〈6〉 인도서 중장비시장 개척 HD현대 印 도로-항만등 인프라 건설 급증… “수요 늘며 재고 일주일 분량뿐” 부품 물류비 준만큼 가격 경쟁력… 푸네 공장 가동률 작년 94.3% 생산량 10%는 阿-중동 등에 수출
지난달 19일(현지 시간) 인도 마하라슈트라주 푸네시에 있는 HD현대건설기계 공장 적재장에는 8∼50t급 굴착기 수십 대가 있었다. 김정민 건설장비생산운영 부문 주재원은 “보통 재고로 1개월 치 판매량인 400∼500대를 갖고 있었는데 지금은 일주일 치 분량뿐”이라고 말했다. 올해 들어 굴착기 수요가 크게 증가해 재고량이 빠르게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늘어난 주문을 반영하듯 1000여 명이 근무하는 푸네 공장은 분주했다. 인도 현지 직원 1명이 용접로봇을 최대 3대까지 조작하고 있었다. 마치 푸네 공장 내부 신전에 마련된 팔 네 개의 힌두교 신 ‘가네샤’가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김 주재원은 “인도의 낮은 인건비 수준에 안주하지 않고 미리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해 효율성과 안정성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 글로벌 기지 중 가장 높은 94.3% 가동률
인도 서부 마하라슈트라주 푸네 공항에서 차를 타고 1시간 30분가량 이동하면 나오는 차칸산업단지의 HD현대건설기계 푸네 공장은 회사의 핵심 생산·수출 전진 기지다.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는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에서 고전하고 있는 반면 인도에서는 점유율이 크게 증가했다. 그만큼 인도 시장이 중요해지는 것이다. 푸네 공장의 지난해 가동률은 94.3%다.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의 굴착기·휠로더 글로벌 생산기지 중 가장 높은 수치다.
HD현대건설기계는 2007년 인도에 진출한 이후 17년 만인 올 2월 누적 생산 4만5000대를 돌파했다. 인도 시장 내 점유율은 일본과 인도 기업이 각각 60%, 40% 출자한 합작회사 타타-히타치에 이어 2위다. 최병학 HD현대건설기계 푸네 공장 생산지원총괄(공장장)은 “1월에만 굴착기 750대를 판매하며 점유율 19.1%로 월간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인도의 건설기계 산업 전망은 매우 밝다.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2022년 66억6000만 달러(약 9조2000억 원)였던 인도 건설기계 시장 규모는 2030년에는 132억1000만 달러(약 18조3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적으로 7%대의 높은 경제 성장률을 이어가며 인프라 건설 수요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2019년 총선 당시 향후 5년간 도로, 철도, 항공, 대중교통, 해운, 물류에 약 100조 루피(약 1600조 원)를 투자하겠단 공약을 내놓기도 했다. 인도 정부는 2014년 4월 기준 약 9만 km의 고속도로 총연장 길이를 2025년까지 20만 km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 톱10 중 韓 기업 1개, 日과 中 각각 3개
이처럼 건설 일감이 많다 보니 일본과 중국 기업들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일본의 타타-히타치(올 1분기 기준 점유율 1위), 코벨코(6위), 고마쓰(7위), 중국의 삼일중공업(4위), 서공중공업(5위), 류공(10위)이 점유율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 기업은 2위인 HD현대건설기계가 유일하다.
시장을 선점한 타타-히타치는 고가와 보급형 브랜드로 나눠 고객층을 공략하고 있다. 다른 일본 기업들은 프리미엄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15∼20%가량 싼 가격을 앞세워 ‘저가 공세’를 펼치고 있다. 중국 내수 침체로 쌓인 재고까지 인도 시장으로 돌린 탓에 물량도 많다.
이에 맞서 HD현대건설기계는 현지 협력사와의 네트워크를 강화해 모델에 따라 현지 부품 조달률을 최대 75%까지 끌어올렸다. 시장 수요가 늘어날 때는 재빠르게 추가 물량을 생산할 수 있고, 수요가 줄어들 때는 재고 부담을 더는 효과를 봤다. 일본 기업들이 품질을 위해 일본산 부품만 고집한 것과는 다른 전략이었다. 정말곤 HD현대건설기계 구매담당 주재원은 “본사에서 부품을 조달할 때보다 물류비가 줄어들고 조달 속도도 빨라졌다”며 “인도 진출 이후 지속적으로 현지화를 추진한 결과”라고 말했다.
중국의 저가 공세에는 제품 판매 후 관리를 강화하는 전략으로 대응했다. 중국 기업들이 애프터서비스 등 사후 관리가 약하다는 점을 공략한 것이다.
푸네 공장은 인도 내수 시장뿐 아니라 수출 전진 기지로서의 역할도 해내고 있다. 전체 생산 물량의 10%가량을 서남아, 중동, 아프리카 등지로 수출한다. 2019년에는 274대를 수출했고, 2023년에는 545대까지 늘었다. 2013∼2023년 30여 개 나라에 누적 수출 물량이 약 4600대에 이른다.
인도는 수출기지로서 최적의 입지를 지녔다. 무게가 많이 나가는 건설기계는 수출할 때 물류 비용이 많이 발생한다. 인도는 지리적 접근성 덕분에 서남아, 중동, 아프리카로 수출할 때 상대적으로 비용을 아낄 수 있다. 만성적인 무역수지 적자를 겪고 있는 인도 정부가 수출액의 일부를 인센티브로 지급하는 것도 수출기지로서 큰 장점이다.
심성우 HD현대건설기계 인도법인장은 “인도에서 한국 기업들의 제품은 일본, 유럽, 미국 등과 같은 ‘프리미엄 레벨’로 인식되고 있다”며 “인도는 얼마 남지 않은 대규모 시장이기 때문에 한국 기업들이 도전할 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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