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대우건설 등 4곳 조사
‘60일 이내 대금 지급’ 규정 위반
중소 건설사 유동성 위기 심화
유보금을 잡아두겠다며 하도급 대금을 제때 안 주는 등 ‘갑질’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대우건설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게 됐다. 다른 중견 건설사 3곳도 같은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업계 관행처럼 굳어진 불법 유보금이 중소 건설사 유동성 위기를 심화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이달 초부터 대우건설을 비롯한 건설사 4곳을 현장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일부 건설사의 하도급 대금 지급 내역서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이들 건설사가 하도급 대금 일부를 ‘유보금’으로 정해 지급을 미룬 혐의에 대해 들여다보고 있다. 유보금은 건설사가 공사의 완성이나 하자 보수 의무 이행을 이유로 잡아둔 일종의 보증금이다. 약속된 공사대금의 일부를 떼어내 준공 후나 하자 보수 기간이 끝난 뒤에 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파트를 지을 때 땅을 다져놓는 토공사가 끝났는데도 해당 토공사를 한 하청업체에 공사대금을 90%까지만 주는 식이다. 유보금으로 설정한 10%는 아파트가 다 지어진 후에 준다. 건설업계에서는 통상 하도급 계약을 맺을 때 이런 내용의 특약을 넣거나, 특별한 약속 없이도 관행처럼 유보금을 떼고 있다. 유보금 규모는 통상 전체 공사대금의 5∼10% 정도다.
하지만 이는 엄연히 하도급법 위반에 해당한다. 하도급법은 원사업자가 목적물의 인수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수급 사업자에게 하도급 대금을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정 기일이 지나 지급하면 지연이자를 줘야 하고, 적발 시 과징금 등의 제재를 받을 수도 있다. 그런데도 업계에서는 불법 유보금 설정이 관행처럼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에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가 겹쳐 건설사들이 유동성 위기에 내몰리는 상황에서 불법 유보금 관행이 중소 건설사의 피해를 더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공정위도 올해 업무계획에서 유보금 불공정 관행을 집중 점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공정위가 4개 건설사 외 다른 건설사에 대해서도 추가 조사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공정위 관계자는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서는 언급할 수 없다”면서도 “법 위반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했다.
대우건설은 공정위 현장 조사에 대해 “업계에서 상시적으로 조사하는 내용”이라며 “공정위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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