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출장 중 기자간담회…통화정책·고유가 등 언급
"2%대 성장률·물가 전망, 유가 80달러 후반 기준"
"인플레 두 달 뒤에도 높으면 깜박이 켤 수 없어"
"농산물 공급 유연성 갖춰야…전기료 정상화 필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 금리 인하 시기와 관련해 주요국들의 통화정책 전환 즉, ‘피벗’보다는 국제유가 변동성이 가장 큰 전제라고 강조했다.
이창용 총재는 18일 미국 워싱턴 D.C. 웨스틴호텔에서 조찬 기자간담회를 열어 “환율도 영향이 있지만 직접적으로 유가가 90달러 밑에 머물지, 더 크게 오를 지가 문제”라며 이같이 밝혔다.
최근 이스라엘-이란 확전 영향으로 국제유가는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배럴당 100달러 전망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국제유가 상승이 물가 전반으로 전이될 수 있는 만큼 주요국들은 금리 인하를 유보하는 모습이다.
이 총재는 “주요국이 하반기에 ‘피벗’을 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미국은 (결정을) 연기하는 것 같고 ECB(유럽중앙은행)는 가능성은 열었지만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 언급도 2주 전에 비하면 좀 더 지켜봐야겠다는 쪽”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이 총재는 국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데 있어 “주요국 통화 정책보다는 국제유가가 어떻게 될지가 문제”라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경제성장률 2.1%, 하반기 소비자물가 2.3% 전망 뒤에는 국제 유가가 80달러 후반에 머무른다는 전제가 있다”며 “유가의 평균뿐 아니라 기간도 봐야 하는데 현재는 예상보다 4~5달러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유가가 평균 100달러 이상이 되면 물가 수준이 상당히 높고 이런 부분이 다 전망에 달렸는데 한두 달 가면 유가 변동에 따라 어떻게 바꿀지 얘기가 나올 것”이라며 “중동 사태가 전세계를 위해 디에스컬레이션(de-escalation·단계척 축소) 돼야 하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부연했다.
그는 “유가 상승이 2차로 서비스 가격이나 다른 가격으로 전파될지 유심히 보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에는 임금이나 서비스 가격이 오르는 공급 충격 측면이 중요한데, 아직까지 그런 신호는 보이지 않고 있지만 당연히 살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크게 치솟으면서 금융당국이 구두개입을 한 것과 관련해 “환율 수준이 펀더멘털에서 벗어난 정도가 클수록 외환당국 개입이 효과가 있다는 연구가 있다”며 “최근 이란-이스라엘 확전이 된 뒤에 며칠 간 환율 움직임은 어떤 메져(측정방법)로 봐도 과도했기 때문에 개입을 시사했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 총재는 원·달러 환율과 관련해 이틀 연속으로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이후 한·미·일 재무장관이 공동으로 구두개입성 발언을 하면서 지난 16일 장중 한 때 1400원을 넘어섰던 환율은 1370원대로 떨어진 상태다.
이 총재는 금리인하 시점과 관련해 “인플레이션이 2% 중반 이하로 쭉 내려갈지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 상태로는 한 달 만 봐서는 안되고 한두 달 더 봐야 하고 그 뒤에도 높으면 (금리인하 신호로서) 깜박이는 못 켜는 것”이라고 알렸다. 이어 “금통위원 2명이 교체되는 상황도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통화정책 방향을 예상할 수 있는 포워드 가이던스(forward guidance·선제적 안내)와 관련해서는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라며 “금통위원이 새로 오면 어떻게 할지 미리 연습도 하고,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 테스트를 하는 것은 시간이 걸린다. 시간을 가지고 점검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사과 등 농산물 물가가 치솟은 상황을 안정시키기 위해 농산물 시장 개방을 주장한 것과 관련해서도 언급했다. 이 총재는 “농산물 시장을 완전히 개방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제하며 “기후변화 등으로 일어나는 공급조건을 그때그때 재정을 통해 도와주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농산물 공급에 대한 국민 공감대가 국가 안보만큼 중요해 보호해야 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소비자도 한 축인 만큼 수입물량을 확보하는 등 여러 방법을 통해 공급 유연성을 갖출 때가 됐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전기료 등 공공요금과 관련해서는 “중장기적으론 전기요금이 정상화되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전기요금은 지금 당장 유가가 오르면 전반적으로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세계적으로 보면 우리가 농수산물과 집값은 비싸지만 교통비·전기료 등 공공요금은 국제적으로 저렴해, 요금이 오르면서 소비가 줄어야 문제가 해결된다”며 “한전(한국전력공사) 채권발행도 문제지만 중장기적으로 전기요금을 정상화해서 소비량을 줄이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지만, 중장기가 언제고 언제 해야 할지는 다른 결정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성장률에 대해서도 “지금 상황으로는 수출은 잘 되고 있지만 내수는 조금 어려운 상태”라며 “성장률이 오르고 있지만 빠르진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은 경제성장률 전망치인 2.1%에서 소비 증가 속도는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고 수출은 생각보다 좋아서 2월 예측에 부합하거나 상방압력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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