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도로 안전실험 현장 가보니
“전력 끊겨도 화재연기 빠지게 하고
속도감 느끼게 도로 설계지침 강화”
“이제 전원을 꺼보겠습니다.”
17일 충북 영동군 도로터널 방재종합시험장. 옛 경부고속도로 영동터널을 재활용한 높이 6.5m, 길이 475m 터널 안에 실제 화재가 발생한 상황을 가정해 대형 제트팬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도로교통공사 직원이 내부 차단기를 내려 전력 공급을 차단했지만 터널 천장의 제트팬은 변함없이 소리를 내며 돌아갔다. 채수창 한국도로공사 설비팀장은 “자체 배터리로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어 화재가 나도 문제없다”고 설명했다.
최근 경부고속도로 동탄 분기점(JCT)∼기흥 동탄 나들목(IC) 구간이 지하화돼 개통되는 등 도로 지하화 사업이 본격화하면서 지하 도로 안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지하 도로에 맞는 안전 기준을 마련하고 선제 대응하기 위한 각종 실험과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 이날 시험도 그 일환으로 진행됐다.
같은 날 찾은 경기 화성시 도로교통연구원에는 지름 6.2m, 높이 3m의 돔 모양 도로 주행 시뮬레이터가 설치돼 있었다. 돔 내 설치된 2000cc 중형 세단에 올라 시뮬레이터상 주행을 시작하자 바람소리나 흔들림 등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시뮬레이터로는 비, 안개 등 다양한 주행 환경 가상현실(VR)을 구현할 수 있다. 지하 도로를 가정한 주행 실험 역시 이 설비를 통해 이뤄진다. 이현석 도로교통연구원 도로주행시뮬레이터센터장은 “지하 도로에서는 운전자가 속도감을 제대로 느끼지 못해 과속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를 고려해 지하 도로 환경을 설계하고 있다”고 했다.
터널 등 지하 도로에서는 운전자의 주의력이 떨어지고 사고 위험도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국토교통부의 ‘도심 지하 교통 인프라 건설 및 운영 기술 고도화’ 연구용역에 따르면 지하에서는 앞선 차량이 멈춘 뒤 충돌까지 2.68초가 걸려 지상에서의 3.85초보다 1.17초(30.4%) 더 짧았다. 앞 차량 멈춤을 인지하고 반응하는 데 시간이 더 걸려 속도를 빨리 줄이지 못해 나타난 결과다. 또 감속할 때는 지상에서보다 8.5% 더 강하게 감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급브레이크를 밟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소방 차량 높이가 최고 3.5m인 점을 고려해 터널 높이를 3.5m로 기존(3m)보다 높이고, 급격한 곡선 구간을 줄이는 등 지하 도로 설계지침을 강화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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