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화웨이의 인공지능(AI) 노트북에서 인텔의 최신 반도체 칩이 탑재된 것이 알려지자 미국 공화당을 중심으로 대중 제재 강화를 해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 정부가 중국을 상대로 반도체 제재를 가했지만 세계 최대 장비업체 네덜란드 ASML의 매출 절반이 중국 업체들에서 나와 대중 제재의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공화당 의원들은 중국의 최대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가 이달 노트북 ‘메이트북 X프로’에 인텔의 최신 ‘코어 울트라9 프로세서’가 탑재된 것을 공개하자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미국은 지난 2019년 이란 제재 위반을 이유로 화웨이를 무역 제한 명단에 올렸다. 화웨이가 미국 업체로부터 반도체를 받으려면 특별 라이센스를 취득해야 한다.
하지만 2020년 인텔이 중앙처리장치(CPU)를 화웨이에 공급할 수 있는 라이센스를 받은 뒤 현재까지 유지되자 미국 내 강경파들이 라이센스 취소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마이클 갤러거 공화당 하원의원은 “워싱턴DC의 가장 큰 미스터리는 상무부가 왜 미국 기술을 화웨이에 계속 허용하는지다”며 중국 수출 금지를 촉구했다.
같은 당의 하원의원 엘리스 스테파닉은 화웨이 노트북에 인텔 칩이 탑재된 것과 관련 “상무부가 대 중국 칩 수출에 청신호를 분명히 보낸 것”이라고 전했다. 마이클 맥컬 하원의원도 “이 같은 승인은 중단돼야 한다”며 “2년 전 화웨이의 라이센스 발급이 중단될 것으로 들었지만 전혀 바뀌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미국 정부가 수년 전부터 대 중국 제재를 해왔지만 미국 정치권에서는 현 대중 전략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번지고 있다.
미 상무부는 이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 미국 내 반발이 커지고 있음에도 정부가 반발 사태 해결에 적극 나서지 않으면서 당분간 화웨이가 인텔의 최신 칩을 계속 공급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미국 정부가 네덜란드 장비 업체 ASML이 중국 수출 장비에 대한 유지·보수를 중단하도록 네덜란드 정부를 압박하고 있으나, ASML의 매출 절반을 중국 업체가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ASML의 1분기 국가별 매출에서 중국이 49%를 차지했다. 지난해 4분기 매출 비중(39%)보다 10%포인트 증가했다. 이는 한국, 대만, 미국 비중을 합친 것보다 많다. 미국의 압박에도 되레 ASML의 중국 장비 판매는 늘어난 것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장비업체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도 같은 기간 전체 매출 중 중국 비중은 44%에 달했다. 이 업체는 지난해 말 규제를 회피해 중국업체로 장비를 수출한 혐의로 수사를 받기도 했다. 중국이 제재 허점, 편법 등을 이용해 장비를 들여오면서 미국의 제재가 무력화되고 있다.
지난해 8월 화웨이의 최신폰 메이트60 프로에 SK하이닉스의 칩이 발견되며 논란이 일었다. 또 당시 중국의 파운드리 업체 SMIC의 7나노 공정 칩이 쓰여 중국이 미국의 수출 규제를 극복하고 자체 첨단 칩 공급을 구축한 것으로 분석됐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미국의 대중 규제는 실효성이 떨어져 전략 수정이 필요할 것”이라며 “중국은 자체 기술력과 편법 등을 통해 첨단 칩 탑재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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