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장엔진 아시아 뉴7]
‘롯데몰 떠이호’ 233개 브랜드 입점
하노이 MZ세대 핫플레이스 떠올라
이달 2일(현지 시간) 베트남 하노이에서 가장 큰 호수이자 대표 관광지인 서호(西湖·웨스트레이크) 인근 쇼핑몰 앞. 여느 건물처럼 ‘베트남 출퇴근족’을 상징하는 소형 오토바이가 1000대 넘게 주차돼 있었다. 쇼핑몰 1층에 들어서자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약 40m 높이 천장과 샹들리에 느낌의 설치 조명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베트남 MZ세대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다. 현지에선 ‘롯데몰 떠이호(西湖)’라고 부른다. 지난해 9월 오픈 후 6개월 만에 600만 명이 다녀간 지역 랜드마크가 됐다. 지금도 하루 평균 3만 명, 주말에는 5만 명 이상이 찾는다. 매출액 1000억 원 돌파까지는 단 122일만 소요됐다.
베트남은 생산가능인구(15∼64세) 비중이 전체의 70%에 달하는 ‘인구 황금기’ 국가로 꼽힌다. 해외 유명 브랜드와 한국 브랜드 233곳이 입점한 롯데몰 웨스트레이크의 성공적 안착에는 K팝 등 한류 영향도 크다는 평가다. 베트남 총리실 관계자는 “롯데몰이 하노이의 경제 발전과 한국과 베트남 간 문화 교류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시장으로서의 베트남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모르도르인텔리전스는 베트남 전체 소매시장이 올해부터 연평균 12.1% 성장해 2028년 약 4356억 달러(약 600조95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쇼핑-놀이 한데 모은 한국식 복합몰, 급성장 베트남 MZ 핫플로
[신성장엔진 아시아 뉴7] 〈7〉 베트남 유통 랜드마크 세운 롯데 ‘베트남판 롯데타운’ 웨스트레이크… “1주일에 한번은 방문” 젊은층 인기 가족 체험공간 배치해 시너지 톡톡… 韓브랜드 동남아 진출 촉매 역할도
2일(현지 시간) 베트남 하노이의 ‘롯데몰 웨스트레이크’에서는 평일인데도 다양한 연령대의 고객들이 저마다의 ‘몰링’을 즐기고 있었다. 8세, 3세 두 아들과 함께 온 주부 아잉 씨(33)는 “쇼핑몰이 생기고 최소 한 달에 두 번은 온다”며 “공간이 넓고 쾌적해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기 좋다”고 했다. 쇼핑몰 내 4층의 복합문화공간에서 친구와 사진을 찍던 하잉 씨(31)는 “쇼핑몰에 있는 음식점과 영화관을 이용하러 일주일에 한 번은 찾는 편”이라며 “쇼핑몰 인테리어도 아름다워서 페이스북에 올릴 사진을 찍기도 좋다”고 했다.
● 600만 명이 다녀간 ‘베트남판 롯데타운’
롯데몰 웨스트레이크는 하노이의 서호 신도시에 들어선 초대형 상업복합단지다. 축구장 50개 크기인 연면적 35만3000㎡(약 10만7000평) 부지엔 쇼핑몰뿐 아니라 호텔, 오피스, 아쿠아리움, 영화관 등이 들어서 있다. 롯데그룹이 ‘베트남판 롯데타운’을 선보이겠다는 의지를 담아 2018년 착공해 지난해 9월 문을 열었다.
롯데의 자산과 역량을 총동원해 7870억 원을 투자한 하노이 프로젝트는 일단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3월 말 기준 쇼핑몰의 누적 방문객은 600만 명을 넘었다. 하노이 전체 인구 840만 명의 70%가 넘는 수치다. 같은 기간 누적 구매 건수는 80만 건에 달한다.
하노이 시민들의 수요를 반영한 매장 구성이 제대로 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쇼핑몰 1층엔 글로벌 스파(SPA) 브랜드인 자라, 유니클로, 무지, 마시모두띠 등이 들어서 있다. 자라와 유니클로는 쇼핑몰 매출 1, 2위를 자랑한다. 베트남에서 글로벌 스파 브랜드 4개를 갖춘 곳은 롯데몰 웨스트레이크가 유일하다. 자라 매장 직원 롱 씨(30)는 “하루에 보통 2000명, 주말엔 4000명 이상 온다”고 했다.
쇼핑몰에 입점한 233개 브랜드 중 약 40%인 85개 매장이 하노이에 처음 선보인 특화 매장들이다. 패션, 뷰티 등 전 상품군에 걸쳐 한국 브랜드 매장도 약 30개가 있다. 국내 패션 브랜드 ‘아크메드라비’, ‘엠엘비’, ‘널디’ 등 하노이 MZ세대에게 인기 있는 브랜드 위주로 유치했다. 한국 브랜드의 동남아시아 진출 가속화에 롯데몰 웨스트레이크가 촉매제 역할을 하는 셈이다.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는 쇼핑 외에 또 있다. 가족 고객들이 즐길 수 있는 식음료(F&B) 매장 90여 개 외에 아쿠아리움, 영화관, 실내놀이터 ‘챔피언1250’, 어린이 직업체험 테마파크 ‘키자니아’ 같은 체험 공간도 대거 배치했다.
이희승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점장은 “담당자들의 끈질긴 설득으로 해외의 국빈급 인사들이 오면 방문하는 베트남 최초의 에그 커피 전문점과 유명 쌀국숫집을 포함해 18개의 인기 맛집을 유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저녁 시간이 되자 쇼핑몰 식당가에는 식사를 하려는 이들로 북적였다. 한국식 즉석떡볶이를 파는 ‘두끼’ 매장 앞에는 10, 20대 수십 명이 줄을 서 입장을 기다렸다.
지난해 9월 쇼핑몰을 열면서 김상현 롯데 유통군 총괄대표 부회장은 “호텔과 아쿠아리움, 시네마 등이 모여 시너지 효과를 내는 잠실 롯데타운처럼 키우겠다”고 했는데 목표가 현실화된 것이다. 롯데몰 웨스트레이크는 국내에서는 일반화된 ‘몰링’ 개념을 하노이에 처음 전파하며 새로운 소비 문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 베트남 교두보로 동남아 사업 확장
롯데물산도 베트남을 중심으로 동남아에서의 활동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롯데물산은 롯데월드타워와 국내 부동산 관리 사업의 운영 노하우를 기반으로 2014년부터 베트남에서 ‘롯데센터 하노이’를 운영하고 있다. 높이 272m로 하노이에서 두 번째로 높은 건물이다. 65층 전망대 ‘스카이워크’는 매년 30여만 명이 찾는 관광 명소가 됐다.
100여 개 기업이 입주한 오피스와 레지던스, 호텔, 백화점 등이 있는 롯데센터 하노이는 롯데몰 웨스트레이크와 함께 하노이 시민들에게 ‘롯데’라는 이름을 널리 알리고 있다. 설동민 롯데 코랄리스 베트남 법인장은 “올해 10주년을 맞이한 롯데센터 하노이가 앞으로도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7년 롯데는 경북 성주군 골프장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부지로 제공해 중국 정부의 보복 대상으로 찍히며 어려움을 겪었다. 중국 전역에 100여 개나 됐던 백화점과 마트는 현재 거의 철수한 상태다. 이후 베트남을 중심으로 한 동남아 시장에 더욱 공들이고 있다.
롯데쇼핑은 2008년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 마트 사업을 시작해 현재 백화점(쇼핑몰)은 하노이 2곳, 호찌민 1곳, 자카르타 1곳에서 운영 중이다. 마트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전역에 64개점이 진출해 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동남아 지역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김준영 롯데백화점 해외사업부문장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캄보디아 등에서도 신규 부지를 확보해 쇼핑몰을 개발하는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며 “동남아 시장을 리드하는 글로벌 유통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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