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인 투자가 농업 R&D 혁신 이끈다 [기고/사동민]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25일 03시 00분


사동민 충북대 환경생명화학과 교수 (한국과학기술한림원 농수산학부 정회원)
사동민 충북대 환경생명화학과 교수 (한국과학기술한림원 농수산학부 정회원)
농업 연구개발(R&D) 정책의 국제적 권위자인 줄리안 앨스톤과 필립 파디는 저서 ‘지속적인 것이 성과를 낸다’에서 농업 R&D는 성과를 내기까지 매우 긴 시간을 요하지만 국가 성장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무척 크다고 언급했다. 다른 분야에 비해 편익을 얻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을 인내해야 하는 농업 연구 특성상 그 중요성을 간과하기가 쉽다.

농업 기반은 한번 무너지면 피해 규모도 크고 회복도 더디다. 한때 ‘유럽의 빵바구니’로 불렸던 우크라이나가 전쟁 2년 만에 배곯는 나라가 된 것처럼 농업 기반의 몰락은 돌이킬 수 없는 사태를 불러온다. 농업 기반을 떠받치는 R&D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11일 내한한 세계적 기초연구기관인 독일의 막스플랑크연구회 패트릭 크래머 회장은 “과학 연구는 장기적으로 진행되는 만큼 안정적인 투자가 이뤄진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중요한 요소”임을 강조했다.

지난해 미국 농무성은 글로벌 농업 성장을 이끈 원인을 분석해 발표했다. 농업 성장의 견인 요인은 1990년 기준으로 이전은 농약과 비료 등 투입재 증가, 이후는 총생산성 (TFP) 향상이라고 밝혔다. 총생산성 향상의 핵심이 연구개발, 기술 보급 및 교육 등의 혁신과 변화에 있다고 풀이된다. 오늘날 우리가 다양한 먹거리를 계절에 구애 없이 안정적으로 얻게 된 건 꾸준한 투자를 토대로 농업 연구를 발전시켜 온 결실이다.

농업 연구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국가 기반 확립에 공헌하며 발전을 거듭해 왔다. 지금은 불확실하고 위협적인 기후변화, 식량 부족, 자원 고갈 등 인류 공동의 난제에 맞설 농업 연구가 시급하다. 농업을 미래 성장 산업으로 발전시킴과 동시에 농업·농촌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방안에 주력해야 한다. 급격한 환경 변화에 대비해 미래의 식량난에 신속하고 유연한 대응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 세계 최초로 밀 육종 기간을 절반으로 단축한 ‘스피드 육종기술’, 비료량을 줄여도 생산성에는 영향이 적고 메탄 발생은 크게 감소시킬 수 있는 벼 품종 개발과 그 원리를 세계 최초로 구명한 성과 등은 좋은 예로 꼽힌다.

나아가 반세기 이상 체득한 경험과 누적된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농업 혁명을 준비해야 한다. 세계 석학들도 빅데이터, AI 등 첨단 기술과 융합해 기대 이상의 효과를 낼 수 있는 산업으로 농업을 꼽는다. 2025년 발사 예정인 농림위성은 재난·재해와 기후변화 등 급격한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미래 예측 연구의 새로운 분기점이 될 것이다. 혁신적 성과는 결코 단기간에 나올 수 없다. ‘거인의 어깨 위에 있어서 더 멀리 볼 수 있었다’라는 뉴턴의 말처럼 오랜 시간을 두고 시대를 관통해 발전해 온 수많은 연구가 겹겹이 쌓여야 비로소 혁신도 가능하다. 혁신에는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다. 정부는 긴 호흡으로 기초·원천 연구와 혁신·도전형 R&D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인류의 생명 창고를 채우는 산업, 농업의 혁신을 뒷받침해야 한다.

#공기업감동경영#공기업#농업 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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