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바이오… 아낌없는 연구개발 투자로 경제성장 이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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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감동경영]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KEIT)
HBM 핵심기술 투자로 시장 선점
현장 맞춤형 온-디바이스 AI 개발
바이오파운드리 인프라 구축 사업
AI 활용 디지털헬스케어 중점 지원

지난 2일 열린 AI 반도체 협업포럼 출범식 기념촬영 모습.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 제공
지난 2일 열린 AI 반도체 협업포럼 출범식 기념촬영 모습.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 제공
인공지능(AI), 반도체, 바이오 등 첨단 기술력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팍스 테크니카’ 시대다. 전문가들은 기술·지정학적 패권 경쟁이 격화되면서 각국의 과학기술 정책의 새로운 기준, 즉 ‘뉴노멀’ 사회가 도래해 산업기술이 정치, 경제, 사회 모두를 뒤흔들 것이라 평가한다. 치열한 기술 패권 경쟁의 결과가 실제 국가 경제 성장과 국민 안전에 영향을 미치기에 이미 주요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첨단기술 혁신에 공격적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미국은 바이든 정부의 정권 출범 직후부터 반도체지원법, 인플레이션감축법 등을 연달아 추진하며 기술 경쟁력을 공고히 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 정부 역시 과학기술 예산을 전년 대비 10% 증액하고 ‘AI+’로 불리는 새로운 AI 산업 육성 전략을 발표하는 등 선도적인 기술 확보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EU는 흔들리는 과학기술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해 ‘호라이즌 유럽(7년간 총 955억 유로(약 129조 원) 지원)’을 통해 기술 주권 확보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이러한 첨예한 기술 경쟁 속에서 우리 정부 역시 첨단 기술의 초격차 확보를 위해 역대 최고 수준의 예산 편성을 밝혔다. 특히 대통령실은 ‘R&D다운 R&D’로 거듭나기 위해 AI·첨단 바이오·양자 기술 등 3대 게임체인저에 전략적 예산 확대 의지를 거듭 천명했다. 이들 게임체인저 기술에 대해 선도 기술의 빠른 흡수와 더불어 주요국과의 실증 협력 등 글로벌 R&D 중추 국가로서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구상이다.

과거 우리나라의 경제 부흥을 견인하던 주력 산업은 차츰 그 활력을 잃어가고 석유화학 등 일부 업종은 단계적인 산업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대신 글로벌 경쟁을 선도할 ‘초격차 기술’ 선점을 위한 R&D로 패러다임이 급속히 전환 중이다. 추격자(패스트 팔로워)보다 혁신적 도전으로 기술을 선점하는 승자독식 현상이 확산하며 이제는 넘버원의 기존 법칙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온리원’의 시대가 도래한다. 이러한 시대적 변혁에 대응하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 산하의 R&D 전문 기관인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이하 KEIT)은 2024년부터 R&D 지원 역량을 총집결해 산업기술 게임체인저로 ‘AI 반도체’와 ‘바이오’ 분야에 전략적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AI 반도체


생성형 AI가 본격적인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생성형 AI는 GPU(고성능 그래픽 처리장치)가 필요한데 GPU에 특화된 메모리가 고대역폭 메모리(HBM)다. HBM 메모리는 데이터 병목현상을 해결해 빠른 연산을 가능하게 하며 현재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거의 독과점 중이다.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HBM은 기술적 기적”이라며 반도체 공급망에서 한국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KEIT는 일찍이 HBM 메모리의 핵심 기술인 TSV(여러 겹의 칩에 구멍을 뚫어 전류를 흐르게 하는 기술)·마이크로 범프(각 TSV 통로를 전기적으로 연결하는 작은 돌기) 등에 R&D 투자를 과감히 확대해 왔으며 그 결과 세계시장의 90%를 선점하게 한 숨은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최근 들어 초거대 생성형 AI의 성장과 더불어 온-디바이스 AI가 우리의 생활뿐만 아니라 실제 산업 현장의 판도를 바꿔 가고 있다. 실제 GM, 볼보 등 완성차 그룹은 지능형 차량 생산 및 도색 품질 등에 AI를 활용 중이며 지멘스, 야스카와 같은 제조기업까지 품질 예측, 오류 제거 등의 목적으로 앞다퉈 에지 AI 솔루션을 도입하고 있다.

이 같은 산업 대전환에 발맞춰 KEIT는 온-디바이스 AI 반도체의 산업 현장(기계·로봇, 제조, 에너지 등) 맞춤형 개발 사업을 추진한다. 주력 산업의 수요 기업·팹리스 연계를 통한 산업 지능화, 기술 고도화·내재화로 제조기술 혁신과 제품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동시에 KEIT는 반도체 산업의 시너지를 증폭시킬 사업으로 차세대 반도체 산업을 이끌 고집적·고기능·저전력 첨단 패키징을 위한 초격차 기술개발에도 나선다. 해외 첨단 패키징 선도 연구기관과의 연계를 통해 KEIT는 AI 반도체 분야의 핵심 전략 기술의 초석을 마련할 예정이다.

첨단바이오

바이오파운드리 사업 개요.
바이오파운드리 사업 개요.
12대 국가 전략 기술 중 하나인 ‘첨단바이오’는 기술안보·생명안보 측면에서 반드시 선점해야 하는 분야이다. 리서치앤마켓(2024)에 따르면 2030년 글로벌 바이오 시장 규모는 2023년 대비 약 3배에 달하는 3조5800억 달러(약 4933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오파운드리’는 기존 바이오 분야의 불확실성과 낮은 생산성을 극복하기 위해 로봇과 AI 기술을 융합해 바이오 제조 공정의 속도·규모·생산 효율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첨단바이오 분야의 대표적 프로젝트다. 산업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공동으로 ‘바이오파운드리 인프라 및 활용 기반 구축 사업’의 예비타당성 평가를 통과시켰고 이와 연계한 추가 사업을 2025년부터 추진할 예정이다. KEIT는 이 사업을 통해 △바이오파운드리 인프라 구축 △바이오파운드리 기반 기술개발 △바이오 제조 성능 검증 및 산업적 활용 기술개발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산업부가 발표한 ‘바이오경제 2.0 추진방향(2023년 7월 19일)’과 ‘바이오제조 혁신전략(2023년 4월 1일)’을 기반으로 생분해성 플라스틱, 고부가가치 바이오 소재, 친환경 섬유 R&D 등 기존 석유 기반 원료를 대체하거나 경제성 높은 바이오 신소재 및 고효율 바이오 나프타 생산을 지원할 예정이다.

한편 디지털헬스케어 분야는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한 합성 데이터 기술, AI 탑재형 의료기기 등 AI 활용 기술을 중점 지원할 계획이다. 아울러 첨단 디지털 기술이 적용된 의료기기 또는 건강 지원 기기를 뜻하는 디지털 의료 제품의 다양화와 고도화 지원도 지속할 예정이다.

AI 반도체, 바이오 등 세계 최고·최초 수준의 혁신·도전 R&D는 연구 주제의 난해함과 복잡함은 물론 연구 선정 평가부터 연구 관리·성과 창출 등 R&D의 전 주기에 걸친 근본적 혁신이 뒤따라야 한다. 이에 산업부와 KEIT는 목표 지향형 대형 통합 R&D를 획기적으로 확대하고 기술경쟁력을 가진 어떤 기업도 연구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업 참여 부담금을 대폭 줄이는 등 연구 현장에서 느끼는 ‘마이크로 규제’를 과감히 혁신·철폐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KEIT 전윤종 원장은 “민간이 투자하기 어려운 고위험·차세대 게임체인저 기술 확보를 위한 지원에 집중해 대한민국 경제 성장을 이끄는 R&D 전문기관으로서의 소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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