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은 정부가 해야 하는데 최근에는 정치가 하잖아요. 옛날엔 정부가 입장을 내면 정치권이 어느 정도 수용해 줬는데 요샌 그런 게 없으니….”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
더불어민주당이 ‘전 국민 민생지원금 25만 원’ 지급을 영수회담 의제로 제안하면서 곳간지기인 기획재정부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국에 놓였다.
현 상황에서 전 국민 지원금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은 명분도 실리도 없다는 게 기재부의 인식이지만, 영수회담에서 정해지면 그 결과를 따를 수밖에 없어서다.
24일 관가에 따르면 기재부는 전날(23일) 민주당이 대통령실에 영수회담 의제로 내민 ‘전 국민 25만 원 지급’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최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참석차 찾은 미국 워싱턴 D.C.에서 기자단과 만나 “현금 지원에 대해 부정적인 국민이 많다”며 직답을 피하면서도 비판적 견해를 내비쳤다.
기재부가 이같은 현금성 지원에 부정적인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기재부는 현재 우리경제가 현금 지원을 위해 추경을 편성할 정도의 상황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국가재정법 89조는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가 발생하거나 △경기침체·대량실업·남북관계 변화·경제협력 등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을 때 △법령에 따라 국가가 지급해야 하는 지출이 발생하거나 증가하는 경우를 추경 편성 요건으로 규정한다.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는 현재가 ‘경기침체’ 상황이라고 주장하지만, 기재부는 그렇지 않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3·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각각 0.6%, 연평균은 1.4%였으며, 올해는 2%대 초반 성장이 예상된단 이유에서다.
기재부 관계자는 “통상 경기침체는 연속 분기 마이너스(-) 성장일 때를 말하는데 지금은 그런 상황이 전혀 아니다”고 강조했다.
두 번짼 재정 측면에서도 상황이 녹록지 않단 점이다. 민주당은 전 국민 25만 원 지급에 총 13조 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를 위해선 10조 원 안팎의 적자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
특히 실질적인 나랏빚인 국가채무는 지난해 1126조 7000억 원으로 처음으로 GDP의 50%를 넘어선 상황이다. 여기에 정부가 내년에 갚아야 할 국고채는 사상 처음 100조 원을 넘길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가운데 추가 국채 발행은 재정당국 입장에선 그야말로 자충수를 두는 꼴이 된다.
마지막으로는 불투명한 지원 효과가 꼽힌다. 현재 기재부는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보편 복지보단 취약계층 등을 위한 선별 복지를 기조로 삼고 있다.
앞서 최 부총리는 “성장률 전망 등을 봤을 때 지금은 민생이나 사회적 약자를 중심으로 한 타깃(목표) 계층을 향해서 지원하는 것이 재정의 역할”이라고 밝혔다.
특히 물가를 잡기 위해 통화를 긴축한 상황에서 막대한 돈이 풀리면 그 효과가 반감돼, 물가를 더욱 자극할 것이란 게 기재부의 생각이다. 추경에 대한 명분도 부족한데 실리도 미지수인 셈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물가 둔화가 예상보다 더딘데 여기서 적자 국채를 더 발행했다간 기준금리를 더욱 올리게 하는 상황을 발생시킬 것”이라고 염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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