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총선 이겨 개정안 통과 급물살
지원금 하한선 모호해 해석 갈려
피해자수 추산 위한 기준도 없어
“피해자 고려한 특별법 개선 필요”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한 ‘선(先)구제 후(後)구상’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표결을 앞둔 상황에서 소요 재원과 지원 금액, 지원 대상을 놓고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정부는 최소 1조 원 이상 재정이 투입돼야 한다고 하는 반면에 시민단체 등은 5000억 원 안팎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행 개정안으로는 오히려 피해자와 정부,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24일 서울 강남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지역본부에서 국토연구원 주최로 열린 ‘전세사기 피해지원의 성과 및 과제 토론회’에서는 윤성진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이 ‘전세사기 피해 발생과 대응, 그리고 향후 과제’를 발표했다.
해당 발표문에서 윤 연구위원은 “정책 사각지대나 극심한 어려움을 호소하는 피해자를 고려한 특별법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근 국회에서도 피해 구제에 긴 시간이 걸리는 점을 보완하기 위한 특별법 개정안이 야당 단독 의결로 본회의에 직회부된 상태다.
개정안은 전세사기 피해자를 대상으로 이들이 보유한 보증금 반환채권을 주택도시보증기금을 통해 사들인 뒤 경공매 방식을 통해 나중에 회수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정부는 이에 대해 다른 사기 사건 피해자와의 형평성 문제, 재정 문제 등을 들어 반대하고 있다.
윤 연구위원은 개정안이 △소요 예산 예측이 어렵고 △채권 매입 가격의 하한선 기준이 불명확하고 △사각지대가 발생하며 △채권 매매대금 지급 시점이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개정안은 채권 매입 가격, 즉 피해자가 정부로부터 받을 수 있는 지원금액의 최저 금액을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른 우선변제를 받을 보증금의 비율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주택임대차보호법에는 이 비율이 명시돼 있지 않다. 서울은 보증금 1억6500만 원 이하인 경우 5500만 원 등으로 지역별 변제금 액수만 명시돼 있다. 이 때문에 시민단체 등은 최저 지원금액을 보증금의 30% 수준으로 보고 있다. 윤 연구위원은 “최우선변제금 수준인지, 아니면 보증금의 30% 수준인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한선 기준뿐 아니라 피해자 수 추산을 위한 기준도 없는 상태다. 현재 발생한 피해자를 대상으로 할 것인지, 특별법 시행 기간 동안만을 대상으로 할지, 보증금 채권이 후순위인 세입자만을 대상으로 할지 등이 명확하지 않은 것이다.
이렇다 보니 소요 예산에 대한 예측도 달라진다. 정부는 최소 1조 원, 최대 5조 원의 재정이 투입돼야 할 것으로 보지만, 시민단체 등은 5850억 원이 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개정안에서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채권 매매대금(지원금)의 일부를 먼저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어느 정도의 돈을 언제 지급할지 명확하지 않은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적정한 채권 매입 가격을 정하는 과정도 개정안만으로는 쉽지 않다. 일례로 미납세금(선순위채권)이 있는 문제 주택의 등기부등본에는 압류 표시만 돼 있고 미납세금액이 얼마인지 나와 있지 않다. 일일이 세무당국에 정보를 받거나 관련 법을 바꿔 세무 정보를 조회할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김규철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은 “실제 실행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인지 충분한 논의와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고 했다.
선(先)구제 후(後)회수
전세사기 피해자의 보증금을 공공이 우선 돌려준 뒤 해당 주택에 대한 우선매수권 등을 양도받아 이후 경공매 등을 통해 투입 비용을 회수하는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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