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15X에 총 20조원 규모 투자
D램 신규 생산기지로 전환
내년 11월 준공, 양산 나서기로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수요로 급성장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 시장에서 선두 주자의 위상을 공고히 하기 위해 충북 청주에서 D램 팹 건설에 나선다. 앞서 낸드 생산기지로 착공했지만 반도체 경기 한파로 건설이 늦춰졌던 청주 ‘M15X’를 D램 팹으로 전환하기로 한 것이다. 당초 15조 원이었던 투자 금액도 20조 원으로 늘리며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SK하이닉스는 24일 이사회를 열고 청주 M15X를 D램 생산기지로 결정하고 팹 건설에 약 5조3000억 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향후 장비 투자를 포함해 총 20조 원 이상의 투자를 집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달 말부터 팹 건설 공사에 본격적으로 나서 2025년 11월 준공 후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앞서 SK하이닉스는 2022년 9월 청주에 M15X 건설 계획을 밝히고 다음 달 착공에 들어갔으나, 반도체 다운사이클(침체기)에 부딪히며 건설 진행이 미뤄지고 있었다.
SK하이닉스의 이번 결정에는 빠르게 성장하는 HBM 시장을 선점해 시장이 무르익는 적기에 반도체를 공급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SK하이닉스는 AI 칩 수요에 힘입어 지난해 4분기(10∼12월) 5개 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올해 고성능 메모리를 중심으로 시장이 본격적인 회복세를 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2025년 착공, 2027년 완공 예정인 경기 용인 팹에 앞서 청주 M15X를 D램 생산기지로 전환해 시장 수요에 적극 대응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M15X와 함께 약 120조 원이 투입되는 용인 클러스터 등 계획된 국내 투자를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생산기지로 청주캠퍼스와 경기 이천캠퍼스를 둔 SK하이닉스는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2019년부터 용인에 반도체 클러스터 건설을 추진했다. 하지만 토지 보상과 용수 문제 등으로 진통을 겪으며 예정보다 착공이 2년 이상 지체됐다. 중국 우시에도 D램 공장이 있지만 미국의 대중(對中) 규제로 추가 투자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AI 시대가 본격화되며 HBM 시장은 연평균 60% 이상의 고속 성장이 전망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HBM 시장 규모는 지난해 20억4186만 달러(약 2조8000억 원)에서 2028년 63억2150만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러 개의 D램을 수직 연결해 만드는 HBM은 일반 D램 제품과 동일한 생산량을 내기 위해선 생산 캐파가 최소 2배 이상 요구된다. 이와 함께 서버용 고용량 ‘DDR5’ 제품 수요도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선제 투자를 결정한 것이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M15X는 전 세계에 AI 메모리를 공급하는 핵심 시설로 거듭나 회사의 현재와 미래를 잇는 징검다리가 될 것”이라며 “이번 투자가 회사를 넘어 국가 경제의 미래에 보탬이 되는 큰 발걸음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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