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가 시장 전망을 뛰어넘는 1분기(1~3월) ‘어닝 서프라이즈’를 발표했지만 인공지능(AI)에 4~5조 원 더 투자하겠다고 밝혔다가 시간외거래에서 15% 이상 주가가 급락했다. 반도체 하나에 수 천 만원, 데이터 센터 설립에 수 십 조 원이 드는 ‘돈 먹는 하마’ AI가 회사의 수익성을 희생할만큼 지속가능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것이다.
24일(현지시간) 메타는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27% 증가한 365억 달러로 시장 전망치(362억 달러)를 상회했다고 밝혔다. 순이익도 124억 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117% 급등했다. 애플의 개인정보 보호 정책강화 이후 위축됐던 메타의 광고 매출이 다시 순항하고 있다는 시그널인 셈이다.
문제는 AI 투자비였다. 메타는 “AI 로드맵을 지원하기 위한 인프라 투자를 지속적으로 가속화할 것”이라며 연간 자본 지출 가이던스를 300~370억 달러에서 350~400억 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상한선 기준 30억 달러(4조 원) 가량을 데이터센터 구축과 같은 AI투자에 더 쓰겠다는 의미다. 수익성에 비해 수십조 원 투자가 과도하다고 느낀 투자자들은 메타 실적발표 이후 메타에서 발을 빼기 시작해 이날 시간왜 거래에서 메타의 주가는 15.13% 떨어졌다. 시가총액 수십조 원이 사라진 것이다.
마크 저커버거 최고경영자(CEO)는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앞으로 몇 년 동안 훨씬 더 많은 투자를 통해 더욱 발전된 모델과 세계 최대 규모의 AI 서비스를 구축해야 한다”며 “새로운 (AI) 상품에서 수익을 창출하기 전에 의미 있게 이뤄져야할 투자”라고 투자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선도적인 AI를 구축하는 것은 과거 다른 작업에 비해 크고, 수 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돈은 많이 들겠지만 실제 수익까지 오래 걸릴 것이란 의미라 시장의 AI 낙관론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미래 기술 베팅이 결국 투자자들에게 보상으로 돌아올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날 실적을 발표한 테슬라도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 25억 달러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전년 대비 600% 이상 감소한 것이다.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영업을 해서 벌어들인 돈으로 투자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챗GPT 열풍 이후 메타나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이 수십조 원을 AI 인프라를 위한 데이터센터 구축에 쏟아부었고, 엔비디아나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이 스타가 되는 계기가 됐다. AI 투자 열풍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 속에도 세계 증시 랠리를 이끈 주역이었다.
하지만 메타발 AI 투자 우려에 2분기 매출 가이던스가 365억 달러∼390억 달러로 시장전망치(중간값 383억 달러)를 하회해 테크 산업 전반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날 구글 모회사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등 테크주들이 줄줄이 시간외 거래에서 하락세를 보였다. 이후 개장한 한국 증시에서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들도 이 2, 3% 안팎으로 하락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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