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의 마켓뷰]국내 증시서 환율보다 중요한 변수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30일 03시 00분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찍으면서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커졌다. 환율 상승에 대한 투자자들의 공포가 커졌지만 환율 상승 배경과 국내 사정을 고려하면 환율 급등에 대한 대응력은 충분한 편이다. 환율 상승에 대해 두려워하기보다는 환율 변동에 따른 외국인들의 기술적 변고점 시기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국내 증시에서는 중동 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 여부가 더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이달 16일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00원을 찍으면서, 외국인 투자가들의 이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과거 환율이 급등할 때마다 외국인 자금이 국내 증시를 빠져나가면서 변동성을 키운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2000년대 들어 환율이 1400원 구간에 진입한 것은 이번까지 세 차례다. 첫 번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두 번째는 2022년 미국이 고강도 긴축에 나섰던 때였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까지 올랐지만 과거와 달리 외국인들이 대규모로 국내 주식을 팔아치울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근거는 세 가지다.

첫 번째는 현재 원-달러 환율 상승 원인의 상당 부분이 달러화 강세에 있기 때문이다. 원화 가치는 달러화 대비 연초 이후 7.4%, 최근 1년간 6.0% 하락했다. 이 기간 달러화지수는 각각 4.6%, 4.7% 상승했다. 멕시코를 제외한 다른 주요국들도 달러화 강세로 인해 통화 가치가 하락했다. 원화의 경우 일본이나 중국 등 주변국의 통화가치가 절하되면서 더 떨어졌을 것으로 판단한다.

두 번째는 정책 대응 여력이 충분하고, 무역수지가 우호적이라는 점 때문이다. 한국의 단기 외채 비율은 전체 외채 대비 20.5%에 불과하다. 국가 신인도를 고려할 때 안정적인 부채 구조다. 올해 3월 기준 최근 1년간 한국의 무역수지 누적 흑자 규모는 215억 달러에 달한다. 무역수지에서 흑자를 달성하고 있는 동시에 기업의 이익 개선도 일어나고 있다. 이는 과거 환율 급상승 구간과 가장 큰 차이점이다.

세 번째는 중장기 관점에서 국내 대차대조표 구성이 선진국형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한국은 빚보다 대출이 많은 순 채권국이다. 개인 투자자와 국내 연기금의 해외 투자도 급증했다. 민간 영역에서 확보한 달러화가 늘었다는 것이고, 이는 환율 변동성을 줄일 수 있는 주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환율 상승 자체는 외국인 수급에 부정적이다. 하지만 환율이 고점을 찍었다는 인식이 퍼질 경우, 외국인은 오히려 순매수로 전환하기도 한다. 올해 외국인들의 투자 경향을 분석해 보면 원-달러 환율을 1400원으로 고정했을 때 코스피 2,530 선을 순매수 전환 시점으로 보고 있다. 이 지점이 외국인 수급에 있어 기술적 변곡점이다.

국내 증시 투자에서 국제 유가도 큰 변수다. 특히 공급 측 요인으로 인한 유가 상승은 국내 반도체, 유틸리티 등 핵심 업종에서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국제유가 상승이 장기화할 경우 주당순이익(EPS)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환율에 따른 외국인 수급의 변곡점 지지 여부를 살피는 동시에 중동 지역의 불확실성을 관찰하면서 투자에 나서야 한다.

#국내 증시#환율#변수#변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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