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현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장(사장·사진)이 “인공지능(AI) 초기 시장에서는 우리가 승리하지 못했다”며 “2라운드는 우리가 승리해야 한다. 우리가 가진 역량을 잘 집결하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다짐했다. 4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밀렸던 삼성전자는 5세대 시장에서 ‘HBM3E’ 12단 제품으로 역전을 노리고 있다.
1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경 사장은 최근 임직원을 대상으로 연 사내 경영 현황 설명회에서 “어려운 환경에서도 함께 노력해 준 덕분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연간 14조8800억 원의 적자를 냈던 삼성전자 DS부문은 D램 가격 회복에 힘입어 올해 1분기(1~3월) 1조91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5분기 만에 흑자 전환했다. 삼성전자는 또 지난달 30일 실적발표를 하며 HBM3E 12단 제품의 2분기(4~6월) 양산을 공식화했다.
경 사장은 “이대로 나아가 (최근 반도체 사이클 고점이었던) 2022년 매출을 능가하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의 2022년 매출은 302조2300억 원으로, DS부문은 이 중 98조4600억 원을 차지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일 기준 올해 삼성전자 연간 매출액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는 303조6000억 원이다.
경 사장은 또 “이익을 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성장”이라며 “2017년 이후 D램과 낸드, 파운드리,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반도체) 시장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는데 이것은 사업의 큰 위기”라고 짚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10~12월) 파운드리 점유율은 11.3%로, 1위인 TSMC(61.2%)와의 점유율 격차는 직전 분기 45.5%포인트에서 49.9%포인트로 더 벌어졌다. HBM 시장에서도 지난해 기준 SK하이닉스가 53%로 1위, 삼성전자가 35%로 뒤처지고 있다.
경 사장은 설명회에서 삼성전자가 메모리와 파운드리 역량을 모두 갖춘 만큼 고객사 요구에 맞춰 AI 반도체의 턴키(일괄생산) 공급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내세웠다. 그는 “시장 환경이 안정적일 때는 터닝 포인트를 만들기 어렵다”며 “AI로 대변되는 새로운 세상이 열리기 시작했고 지금이 터닝 포인트를 만들 수 있는 최적의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어 “올해를 새롭게 성장하는 터닝 포인트로 다 같이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며 임직원들을 독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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