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지는 고금리에 올해도 소비가 살아나긴 쉽지 않다는 국책 연구기관의 전망이 나왔다. 물가 안정 추세를 흔들 수 있는 대규모 내수 부양은 자제해야 한다는 제언도 덧붙였다.
2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런 내용의 ‘최근 내수 부진의 요인 분석’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는 현재까지의 수출과 금리 흐름이 지속되면 올해 내수가 충분히 회복되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하반기(7∼12월)부터 이어진 수출 회복세가 올해 소비를 0.3%포인트 올리지만, 고금리가 이를 0.4%포인트 끌어내려 오히려 마이너스(―0.1%포인트)가 된다는 것이다.
올 하반기 금리가 내려가더라도 내년까지 기다려야 내수가 살아날 것이라고 KDI는 분석했다. 통화정책이 내수에 영향을 미치는 데까지 3∼4분기가량 걸리기 때문이다. 2022년부터 시작된 금리 인상이 소비를 위축시키기까지도 상당한 시차가 있었다. 다만 보고서는 올해 수출 회복세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거나 금리 인하가 단행될 경우 내수가 회복세를 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미루 KDI 경제전망실 연구위원은 “통화 정책이 물가상승률에 영향을 미치기까지는 시차가 있다”며 “2%대 물가상승률 추세가 공고해지면 긴축 기조 완화를 적극적으로 고려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재정을 투입하는 대규모 내수 진작책은 물가를 다시 밀어올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부양 대책으로 물가 안정세가 흔들리면 고금리 기조가 더 길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물가를 자극하지 않는 수준의 재정정책은 고려해 볼 만하지만 물가를 교란시킬 수 있는 대규모 내수 진작은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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