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매입비중 26%… 40대 넘어
“금리 1 3%, 9억 집 최대 5억 대출”
서울 중저가 단지 위주 매수세 늘어
5대 시중銀 대출도 4조4000억 증가
서울 성북구에 있는 한신·한진(4515채) 단지는 올 들어 총 44채가 손바뀜됐다. 올해 서울 아파트 단지 중 거래량이 8번째로 많다. 1998년 준공한 구축 아파트지만 지하철 4호선 성신여대입구역과 가까워 신혼부부 등 청년층이 많이 찾고 있다. 특히 올해 매매 거래 중 34채(77.3%)가 전용면적 68㎡(27평형) 또는 85㎡(33평형)였다. 인근 공인중개업소는 “1월 말 신생아 특례대출이 나온 뒤 신혼부부 등 청년층의 문의가 늘었다”며 “20∼30평형의 매매가격대가 9억 원 이하에 형성돼 있어 매수 문의가 꾸준하다”고 했다.
30대가 전국 아파트 매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올해 1분기(1∼3월)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1월 말 신생아 특례대출이 출시된 후 중저가 아파트 위주로 매수세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신생아 특례대출이 늘어나며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도 4조4000억 원 이상 증가했다.
2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매입자 연령대별 아파트 매매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아파트의 30대 매입 비중은 26.1%였다. 전체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해 4분기(10∼12월) 25.0%에서 1.1%포인트 증가하며 40대(25.7%)를 추월했다.
서울에서도 중저가 단지 위주로 30대 매수가 늘고 있다. 서울 아파트 30대 매입 비중은 지난해 4분기 31.3%에서 올해 1분기 32.4%로 높아졌다. 자치구별로 동대문구 매입이 지난해 4분기 29.9%에서 올해 1분기는 36.2%까지 늘었다. 노원구도 올 1분기 31.9%로 상승하며 지난해 1분기(33.1%) 이후 1년 만에 최대치를 나타냈다.
30대 매입 비중이 늘어난 건 신생아 특례대출의 영향 때문으로 보인다. 신생아 특례대출은 출산 2년 내 신생아 자녀를 둔 가정에 특례보금자리론(4%)보다 낮은 연 1∼3%대의 금리로 대출해주는 상품이다. 주택가격 9억 원 이하,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에 최대 5억 원까지 대출해준다.
신생아 특례대출이 늘며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도 늘었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지난달 말 가계대출 잔액은 698조30억 원으로 전월(693조5684억 원)에 비해 4조4346억 원 증가했다. 3월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이 2조2238억 원 줄며 11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지만 한 달 만에 다시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이끌었다. 지난달 주담대 잔액은 540조9903억 원으로, 전월(536조6470억 원)보다 4조3433억 원 증가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신생아 특례대출 공급 한도가 아직 남아 있어 가계대출 증가세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가계대출뿐만 아니라 개인신용대출도 6개월 만에 늘었다. 지난달 개인신용대출 잔액은 102조8050억 원으로, 전월 대비 4029억 원 증가했다. 은행권은 지난달 HD현대마린솔루션, 제일엠앤에스 등 대형 공모주 청약과 봄철을 맞아 소비가 늘어나며 신용대출도 증가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생아 특례대출의 영향으로 매수세가 소폭 올라갈 수 있지만 관망세인 부동산 시장 분위기를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경기 침체와 고금리 등으로 매수자들은 여전히 관망하고 있다”며 “거래량이 소폭 늘어날 수는 있지만 집값 상승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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