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대 12단 제품, 3분기로 앞당겨
6세대 신제품은 내년 양산 예정
“내년 생산 물량까지 대부분 팔려”
삼성의 2분기 양산 계획에 맞불
SK하이닉스가 용량 등의 성능을 50% 개선한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12단 제품을 3분기(7∼9월) 양산한다. 6세대 HBM은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업체인 대만 TSMC와 공동 개발해 내년 양산에 돌입한다. HBM 분야 세계 1위 자리를 공고히하기 위해 두 제품 모두 당초 계획보다 양산 시점을 수개월 이상 앞당기며 속도전에 돌입한 것이다.
2일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경기 이천 SK하이닉스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5세대 HBM3E 12단 제품의 샘플을 5월에 제공하고, 3분기에는 고객에게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5일 SK하이닉스는 “HBM3E 12단은 3분기에 개발 완료하고 내년에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일주일 만에 시기를 크게 앞당긴 것이다. HBM3E 12단은 8단에 비해 용량 등 성능이 50% 개선됐다.
6세대 HBM 개발에도 속도를 낸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TSMC와의 6세대 HBM4 12단 개발 협력 소식을 알리면서 양산 시점을 2026년으로 밝혔다. 하지만 이날 양산 시기를 내년으로 1년가량 당겼다. 곽 사장은 취임 후 올 초 미국에서 열린 ‘CES 2024’에서 기자들을 만난 적이 있지만, 한국에서 기자 간담회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렇게 속도전에 나선 건 예상했던 것보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성장 속도가 빠르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HBM은 제품을 미리 만들어 놓고 공급처를 찾는 것이 아니라 고객들과 협의를 마친 상태에서 수요에 맞춰 공급을 한다. 이에 AI 칩을 쓰는 빅테크의 투자 시계가 빨라질수록 반도체 업체들의 양산 시점도 빨라진다. 곽 사장은 “이미 올해 HBM 물량은 솔드아웃(완판) 됐고, 내년 물량 역시 대부분 판매가 완료됐다. 고객 수요 기반으로 공급을 하면 과잉 공급 위험도 줄어들 것”이라며 “올해 말까지 HBM 누적 매출은 130억∼170억 달러(17조9000억∼23조5000억 원) 정도 될 것”이라고 밝혔다.
HBM 시장 주도권을 뺏기지 않겠다는 의지로도 풀이된다. SK하이닉스보다 한발 늦게 출발한 삼성전자는 지난달 30일 1분기(1∼3월)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HBM3E 12단을 업계 최초인 2분기(4∼6월)부터 양산한다고 밝혔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HBM 출하량 기준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52.5%로 1위, 삼성전자가 2위(42.4%)로 전망된다.
이날 SK하이닉스는 각각 20조 원과 120조 원을 들여 건설 예정인 청주 ‘M15X’ 신규 팹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도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김영식 SK하이닉스 제조기술 담당(부사장)은 “청주 M15X를 차세대 D램 팹으로 하기로 결정했다. 2026년 3분기부터 양산이 가능할 것”이라며 “용인 클러스터도 이달부터 팹을 위한 발전소 공사를 할 수 있다. 내년 3월에 착공이 가능하고 용수 확보 등도 잘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용인 클러스터에는 9000억 원을 투입해 협력업체들이 실제 양산 환경에서 시제품을 검증할 수 있는 미니팹을 조성한다.
곽 사장은 “SK그룹이 SK하이닉스를 인수했던 2012년 당시 메모리 업황이 좋지 않았지만, 우리는 투자를 오히려 늘렸다. 당시에 HBM 개발에도 투자를 했고 지금의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다”며 “AI 반도체는 고객 맞춤형이어서 글로벌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킹이 AI 반도체 리더십을 확고히 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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