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美금리 인하 시점 뒤로 늦춰져
내수 호조, 성장률 전망 상향 불가피”
전문가 “빨라야 4분기 금리 내릴듯”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당초 전망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금리 인하 시점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2일(현지 시간) 이 총재는 아시아개발은행(ADB) 총회 참석차 방문한 조지아 트빌리시에서 기자들과 만나 “4월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 회의 때와 통화 정책의 전제로 삼을 수 있는 기준이 모두 바뀌었다”라며 “5월 회의 때까지 2주간 원점에서 재검토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 후퇴 △예상치를 웃돈 한국의 올해 1분기(1∼3월) 경제성장률 △중동 사태로 인한 국제 유가, 환율 변동성 확대 등을 통화 정책 원점 재검토의 근거로 꼽았다. 이 총재는 이날 “4월까지만 해도 올 하반기(7∼12월)에는 미국이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란 전제로 통화정책을 수립했지만, 미국의 경기 관련 지표가 좋게 나오면서 인하 시점이 뒤로 늦춰졌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총재의 이날 발언이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뒤로 미루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된 상황에서 한국이 미국보다 금리를 먼저 내려 양국의 금리 차이를 더 확대하는 움직임을 취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이 총재는 이날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을 언급하면서 “내수 경기 지표가 예상외로 강건하게 나왔다”며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발언했다. 이는 경기가 충분히 회복되고 있는 만큼 물가 안정을 이룰 때까지 충분히 고금리를 유지할 수 있는 동력을 얻었다는 취지로 읽힌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이 총재의 발언을 고려하면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는 일러야 올해 4분기(10∼12월)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연내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늦춰질 경우 가계 빚에 시달리는 서민과 자영업자의 막대한 이자 부담이 계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고금리로 인한 소비 위축이 내수 경기 침체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앞선 2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 하반기 금리가 내려가더라도 내년까지 기다려야 내수가 살아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줄어들고 미국의 달러화 약세가 맞물리면서 환율은 이날 1360원대로 하락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대비 13.1원 내린 1362.8원에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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