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투자 속도전, 뒤처지는 韓]
인건비 낮고 정부 육성 의지 강해
팹 투자, 2년 뒤 9조원 육박할 듯
“베트남을 엔비디아의 제2의 고향으로 만들겠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12월 일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베트남을 연달아 찾은 가운데 베트남에 대한 투자 계획을 밝히며 이같이 말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동남아시아가 매우 중요한 기술 허브가 될 것이다. 패키징 조립, 제조 분야에서 매우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주요 반도체 업체들이 동남아를 주목하고 있다. 미중 갈등으로 인한 지정학적 불안에 지난달 대만 강진까지 발생하며 중국과 대만, 한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1’의 국가로 동남아를 지목하고 있는 것이다.
8일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동남아에 연간 투입되는 반도체 팹(공장) 투자 규모는 지난해 36억 달러(약 4조7800억 원)에서 2026년 64억 달러(약 8조5000억 원)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저렴한 인건비와 풍부한 생산인구, 정부의 반도체 산업 육성 의지가 장점으로 꼽힌다.
말레이시아는 지난해 기준 글로벌 반도체 패키징, 조립 및 테스트 등 후공정 시장에서 13%를 점유하고 있다. 인텔은 최근 70억 달러를 투입해 말레이시아에 첨단 패키징 시설을 짓기로 했다. 텍사스인스트루먼트는 31억 달러 투자 계획을 밝혔다. 램리서치, 마이크론 등도 장비 및 패키징 관련 시설에 투자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세제 및 보조금 등 혜택을 내걸고 해외 기업들을 유치하고 있다. 안와르 이브라힘 총리는 “반도체 후공정을 넘어 고부가가치 영역으로도 나아가겠다는 의지”라고 밝혔다.
베트남은 지난해 수십만 명의 반도체 엔지니어를 육성해 2030년까지 베트남에 첫 번째 팹을 세우겠다는 내용의 반도체 산업 국가전략을 발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베트남을 찾아 반도체 공급망에서 베트남의 입지를 향상시키겠다고 밝혔다.
싱가포르는 전 세계 반도체 생산량의 11%를 담당한다. 지난해 9월엔 세계 3위 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글로벌파운드리가 싱가포르에 반도체 제조공장을 열었다. 로런스 웡 싱가포르 부총리는 “우리는 인적 자원이 풍부하기에 반도체 산업에 있어 경쟁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은 올해 3월 태국을 방문해 “공급망 다각화를 모색하는 미국 기업에 태국은 최우선 투자처”라고 강조했다.
고영경 고려대 아세안센터 교수는 “반도체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1 국가를 찾기 위해서 글로벌 기업들이 반도체 포트폴리오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며 “반도체 지형도는 수년 안에 바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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