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까지 반도체 수요 폭발”
美-日-EU-대만, 투자유치 가속
보조금 내세우며 기업-국적 안가려
韓, 2047년 622조 장기 로드맵만
미국·일본·유럽연합(EU)·대만이 2030년경까지 총 753조 원 규모의 반도체 제조 설비 투자를 유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천문학적 보조금을 내세워 기업과 국적을 가리지 않고 투자를 유치한 결과다. 하지만 한국은 삼성과 SK 양대 기업을 중심으로 2047년까지의 중장기 로드맵만 수립해 놓은 상태다. 한국이 속도전에 밀리는 사이 약 6년 뒤면 미국·일본·유럽 등에 반도체 제조 공장이 줄줄이 들어서 반도체 세계 지도가 격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8일 동아일보가 산업연구원과 함께 2021년 이후 현재까지 3년여간 발표된 미국·일본·EU·대만 반도체 관련 제조 설비 투자 계획을 취합한 결과 총투자 규모는 5524억1800만 달러(약 753조2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2021년은 코로나19를 계기로 반도체 수급난이 전 세계를 강타하며 공급망의 중요성이 부각된 시기다. 이들 투자는 반도체 수요가 급증할 2030년을 안팎으로 완료될 예정이다.
미국은 3년간 3256억 달러 이상의 반도체 투자를 유치하며 압도적인 선두를 기록했다. EU(884억 달러)과 일본(723억 달러), 대만(661억 달러)이 뒤를 이었다. 전통적으로 반도체 제조 공급망이 취약했던 미국과 일본, EU는 경제 안보 차원에서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며 반도체 투자를 유치했다. 그 결과 해당 국가들에서 발표된 전체 투자액 가운데 30∼80%가 해외 기업 투자로 채워졌다.
하지만 한국은 속도전에서 뒤처졌다. 올해 1월 정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경기 용인·평택 등에 총 622조 원 규모를 투자해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2047년까지 이어지는 계획인 만큼 시황에 따라 불확실성이 크다. 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기업에 의존한 로드맵이기도 하다.
과거 반도체 산업은 ‘미국의 설계, 일본·유럽의 장비, 동아시아의 제조’로 글로벌 분업이 이뤄졌다. 하지만 2030년이 되면 주요국들이 설계와 제조 등 공급망을 두루 갖춰 동아시아에 대한 제조 의존도를 낮출 전망이다. 경희권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미래 30년은 미국이 아시아로부터 첨단 제조 기반을 회수해 가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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