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韓-대만 2개국이 100% 차지
美, 삼성-TSMC 등 생산시설 유치
28%로 韓 제치고 세계 2위 전망
미국 정부가 반도체법을 통한 보조금으로 자국에 반도체 공장을 유치하면서 2032년 최첨단 반도체 생산 분야에서 한국의 비중이 현재의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다만 D램 등 메모리 분야를 포함한 한국의 전체 반도체 생산 비중은 세계 시장의 19%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8일(현지 시간) 보고서를 통해 10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이하 로직 반도체 분야에서 한국이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22년 31%에서 2032년 9%로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같은 기간 미국은 28%로 한국을 제치고 대만(47%)에 이은 세계 2위로 올라설 것으로 내다봤다. 또 현재 첨단 반도체 생산이 전무한 유럽은 6%, 일본은 5%의 점유율을 각각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SIA는 “2022년에는 한국과 대만이 전 세계 첨단 반도체 제조를 100% 담당했지만 2032년에는 40% 이상이 동아시아 외 지역에서 만들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같은 전망은 미국이 반도체법을 통해 삼성전자, 대만 TSMC 등 각국 주요 반도체 기업의 첨단 반도체 생산시설을 속속 자국 영토에 유치하고 있는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또한 미국은 일본과 2nm 반도체 공동 개발에 나서는 등 첨단 반도체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이어 보고서는 미국의 전체 반도체 생산 능력도 2032년까지는 203% 수준으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 역시 향후 10년 반도체 생산 능력 증가율이 129%로 미국에 이어 2위를 차지할 것으로 봤다.
반면 중국의 반도체 생산 능력은 2012∼2022년 365% 증가했지만 2022∼2032년에는 86%로 주요국 가운데 유일하게 증가율이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시장에서 한국의 총 반도체 생산 점유율은 2022년 17%에서 2032년 19%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D램 점유율이 2022년 52%에서 2032년 57%로, 낸드플래시 점유율이 같은 기간 30%에서 42%로 늘어나며 메모리 반도체 분야 생산 비중이 확대되는 데 따른 것이다.
보고서는 “반도체법이 없었다면 미국의 점유율은 2032년 8%로 떨어졌을 것”이라며 반도체 설계 등으로 보조금 지원 분야를 확대할 것을 제안했다. 이어 “한국은 반도체 산업에 일찍 투자해 삼성과 SK하이닉스가 이 분야 리더로 클 수 있었다”며 2037년까지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급망인 ‘K반도체 벨트’를 구축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전략도 거론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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