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가치 상상 초월”…스마트시티, 위기의 한국경제 등불될까[황재성의 황금알]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5월 11일 08시 00분


1: 향후 5년간 추진할 스마트시티 정책 나침반 완성
2: 한국, 2008년에 세계 최초로 스마트시티 법 제정
3: 2028년까지 세종, 부산 국가 시범도시 완공 목표
4: 서울, IMD 선정 스마트시티 선도도시 6곳에 안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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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는 1일 ‘제4차 스마트도시 종합계획’을 확정 발표했다. 올해부터 2028년까지 추진될 각종 스마트시티 관련 정책의 밑그림이자 최상위 법정 계획이다. 사진은 정부가 2028년까지 완성할 부산 에코델타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의 조감도이다. LG CNS 제공
국토교통부는 1일 ‘제4차 스마트도시 종합계획’을 확정 발표했다. 올해부터 2028년까지 추진될 각종 스마트시티 관련 정책의 밑그림이자 최상위 법정 계획이다. 사진은 정부가 2028년까지 완성할 부산 에코델타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의 조감도이다. LG CNS 제공
“우리나라가 스마트시티에서 세계를 선도해 나간다면 그 부가가치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26일 거행된 취임식에서 “애플은 작은 스마트폰 플랫폼 장악만으로 시가총액이 약 3조 달러로 우리나라 GDP를 앞서가고 있다”라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이어 “우리(국토부)는 국내에 스마트시티 정책을 최초로 도입하고 운용한 부처라는 자긍심을 갖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국토교통 산업 전 분야의 혁신과 수출 자원화를 가속화시켜 나가자”고 당부했습니다.

박 장관은 이후에도 스마트시티 관련 정책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언급했습니다. 올해 2월 해외건설 수주 활성화를 논의하기 위해 개최된 원팀코리아 타운홀미팅에서는 해외공사 수주의 고부가가치화를 위해서 스마트시티 사업을 적극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세계 각국이 스마트시티 건설을 추진하고 있고, 특히 개발도상국들은 한국을 스마트시티 강국으로 인정하고 있는 만큼 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현재 75억 명인 세계 인구가 2050년이면 100억 명으로 증가하고, 도시화율도 70%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깔려 있습니다. 도시가 늘어나면 각종 도시 문제도 함께 증가하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스마트시티 건설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지난달에는 해외도시개발 수주지원 업무를 전담할 ‘해외도시개발 전략지원팀’을 신설하는 조직 개편도 단행했습니다. 국토부는 이와 관련 “전 세계적으로 주택 부족 국가가 많기에 해외도시개발 시장은 무궁무진하고, 주택·도시 건설 노하우나 스마트시티를 잘 조합하면 큰 시장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은 저출산·고령화와 장기화하는 세계 경제 침체 등으로 심각한 위기 상황을 맞고 있습니다. 반도체와 자동차 등 일부 품목에 의존해 온 수출 전략에 대한 다변화 요구는 갈수록 거세지고 있습니다. 박 장관의 발언과 국토부의 행보에 관심을 쏟게 되는 이유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이달 1일 확정된 ‘제4차 스마트도시 종합계획’(4차 종합계획)이 눈길을 끕니다. 종합계획은 ‘스마트도시 조성 및 산업진흥 등에 관한 법률’(약칭 스마트도시법)에 따라 정부가 5년마다 수립해야 하는 스마트시티 관련 최상위 법정 계획입니다.

여기에는 범정부적인 스마트시티 정책의 비전과 목표, 중장기 전략 방향 등이 제시됩니다. 또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스마트시티 조성과 확산 방안 등이 담깁니다. 정우진 국토부 도시정책관은 “(4차 종합계획은) 앞으로 5년 동안(2024~2028년) 동안 스마트도시 정책의 나침반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스마트시티는 국토부의 바람대로 대한민국이 처한 이러한 위기 상황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까요. 4차 종합계획의 주요 내용과 국내외 시장 상황 등을 정리하고, 그 가능성을 따져보겠습니다.

지역과 시대에 따라 달라진 스마트시티

스마트시티에 대한 정의는 시대와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달라졌다. 특히 한국에서는 2000년대 중반 유비쿼터스시티라는 용어를 사용했다가 2019년 스마트시티로 바꿨다. 사진은 2007년 촬여한 것으로, 정부가 대표적인 유비쿼터스시티로 조성했던 경기 화성시 동탄신도시 U시티정보센터 방범상황실 내 감시 카메라 원격 조종기 모습이다. 동아일보 DB
1990년대 중반 미국에서 처음 등장한 스마트시티라는 말은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정의돼 왔습니다. 북미나 유럽은 시민 참여를 통한 삶의 질 향상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아시아는 4차 산업혁명 기술과 연계한 첨단도시조성 등 신기술 기반의 도시 인프라 구축에 방점이 찍혀 있습니다. 기술 발전 수준과 지역에서 요구하는 도시 인프라 수준이 다른 데서 비롯된 결과입니다.

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 국토부가 운영하는 스마트시티 관련 종합 포털인 ‘스마트시티 코리아(https://smartcity.go.kr/)’입니다. 이곳에서 스마트시티에 대한 소개 메뉴를 보면 지역마다 스마트시트에 대한 정의가 각기 다릅니다.

예컨대 유럽연합(EU)에서 스마트시티는 주민과 사업의 이익을 위해 디지털과 통신 기술을 활용하여 전통적인 네트워크와 서비스를 보다 효율적으로 만드는 장소입니다. 남미지역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세워진 미주개발은행(IDB)은 개발에 있어서 사람을 우선으로 생각하고, 정보통신기술(ICT)을 도시관리에 결합하여 효과적인 정부를 설계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도시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반면 국토 전체의 스마트시티화를 추진하는 싱가포르는 기술에 기반하여 사람들이 의미 있고 성취된 삶을 살 수 있으며, 모두에게 흥미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것(Smart Nation)으로 정의합니다. 우리나라는 스마트도시법 2조에서 스마트시티를 도시의 경쟁력과 삶의 질의 향상을 위하여 건설·정보통신기술 등을 융·복합하여 건설된 도시기반시설을 바탕으로 다양한 도시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속 가능한 도시로 못 박았습니다.

시대에 따라 스마트시티에 대한 정의도 달라졌습니다. 기술 발전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우리나라의 관련 법령과 종합계획의 변화입니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2008년 3월 스마트시티 관련 법령을 제정합니다. 그게 ‘유비쿼터스 도시의 건설 등에 관한 법률’(이하 유비쿼터스도시법)입니다. 당시에는 도시통합운영센터, 크린넷(쓰레기 자동집하시설) 등 각종 물리적 기반시설을 구축하고, 통합플랫폼 보급으로 정보시스템을 연계 통합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도시 건설이 목표였습니다.

이 법에 따라 국내 스마트시티는 U-CITY(유비쿼터스 도시)라는 이름으로 불렸고, 2000년대 초반부터 조성되기 시작한 판교 동탄 운정 등 2기 수도권 신도시와 혁신도시 등에 대거 관련 규정이 적용됐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제1차 유비쿼터스도시 종합계획(2009~2013년)도 마련됐습니다.

이러한 기조는 2차 유비쿼터스도시 종합계획(2014~2018년)까지 이어졌습니다. 1차가 물리적 기반시설 확보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2차 종합계획은 정보시스템의 연계·통합이 주된 목표였습니다.

그런데 2017년 3월 정부는 유비쿼터스도시법을 스마트도시법으로 개정합니다. 유비쿼터스라는 용어를 국민들이 이해하기 쉽지 않은 데다, 일정 규모 이상의 신도시 개발에만 적용돼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계속됐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2019년 수립된 3차 종합계획(2019~2023년)의 이름도 스마트도시 종합계획으로 바뀝니다. 사업목표도 사업 대상 지역을 신도시뿐 아니라 기존 도시로 확대하고, 시민과 민간기업의 참여를 확대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집니다. 또 세종과 부산에 국가시범도시 조성하는 방안도 포함됩니다.

기후 위기 대응에 지원사업비 35% 사용 의무화

국토교통부가 1일 확정한 ‘4차 스마트도시 종합계획’의 핵심사업 가운데 하나는 세종시와 부산시에 조성되고 있는 스마트시티 국가 시범도시의 완성이다. 사진은 세종시 전경이다. 동아일보 DB
4차 종합계획은 도시와 사람을 연결하는 상생과 도약의 스마트도시 구현을 비전으로, ①지속 가능한 공간모델 확산 ②인공지능(AI)·데이터 중심 도시 기반 구축 ③민간 친화적 산업생태계 조성 ④K-스마트 도시 해외 진출 활성화 등 4가지를 사업목표로 정했습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 과제도 촘촘하게 정해졌습니다. 우선 지속 가능한 공간모델 확산을 위해 ①플랫폼 도시 구현 및 확산 ②기후 위기 대응 강화 및 디지털 포용성 제고 ③지역소멸 대응 스마트 서비스 보급 ④국가 시범도시 완성 등이 과제로 선정됐습니다.

이 가운데 기후 위기 대응과 디지털 포용성 제고를 위해 스마트시티 지원사업비의 35% 이상 사용을 의무화하겠다는 조치는 눈길을 끕니다. 국제 기준에 맞는 지속 가능한 도시모델을 만들겠다는 정부의 굳은 의지를 보여줍니다.

세종과 부산에 들어설 국가 시범도시 완성도 기대를 모읍니다. 세종은 2026년 말 부지조성 완공을 목표로 현재 45% 정도 공사가 진행된 상태입니다. 부산은 공사가 85% 정도 진척됐고, 올해 중 일부 공동주택 입주도 시작됩니다.

인공지능(AI)·데이터 중심 도시 기반 구축은 도시 운영 및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AI와 디지털 트윈을 기반으로 데이터 허브를 고도화하는 한편, 도시 데이터 활용과 연계를 위해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데이터 활용 지침 및 정보보호 관리 방안 등을 마련하는 게 핵심사업입니다.

민간 친화적 산업생태계 조성은 스마트시티 산업거점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 기업이 연구와 실증을 함께 추진할 수 있는 스마트시티 특화단지를 조성하는 게 주요 과제입니다. 3기 수도권 신도시 예정지나 일반 산업단지로서 연계 교통망 확충으로 접근성 개선이 가능한 지역, 반도체·IT 등 첨단산업 밀집지역으로 재구조화가 가능한 지역 등이 유력한 후보지입니다.

K-스마트 도시 해외 진출 활성화는 해외 도시개발 사업 발굴과 유망 투자사업 개발 지원을 위해 K-City Network 사업에 사전컨설팅을 도입하고, 선택과 집중 전략을 추진하겠다는 것입니다. K-City Network는 우리나라의 스마트시티 개발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2020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수출 역군’ 건설 토목 이어받은 ‘K시티’… 도시계획 수출 시대[황재성의 황금알]
(https://www.donga.com/news/Economy/article/all/20230623/119916763/1)

현재 23개 나라에서 41건의 실적을 올린 상태입니다. 정부는 앞으로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스마트시티 수요가 높은 국가에 맞춤형 서비스를 지원·수출하고, EU, 미국 등 스마트시티 선도국들과 국제협력을 확대해 나갈 방침입니다.

뜨거워지는 스마트시티 선점 경쟁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지난달 발표한 ‘2024년 글로벌 스마트시티 지수 동향’에서 한국은 서울과 부산이 각각 17위, 45위에 오를 정도로 스마트시티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사진은 여의도 63빌딩에서 내려다본 서울시내 전경. 동아일보 DB
이처럼 우리 정부가 공을 들일 정도로 스마트시티 시장 전망을 밝습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의 기관들은 글로벌 스마트시티 시장 규모가 급격히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4차 종합계획에 따르면 비즈니스컨설팅업체 ‘마켓 앤 마켓(Markets and Markets)’는 2022년 5116억 달러(약 665조 원)에서 2027년 1조 244억 달러(약 1332조 원)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시장조사전문업체 ‘그랜 뷰 리서치(Grand View Research)’는 2022년 6568억 달러(약 854조 원)에서 2030년 6조 9650억 달러(약 9055조 원)로 예상했습니다. 벤처 캐피털 및 사모펀드 회사 ‘인사이트 파트너((Insight Partners)’는 2022년 1조 940억 달러(약 1422조 원)에서 2028년 3조 1110억 달러(약 4044조 원)로 전망했습니다.

관련 기관과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스마트시티 수요가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는 데에는 세계적인 인구 도시 집중 현상이 직접적인 원인입니다. 유엔 경제사회국(DESA)이 2018년 발표한 ‘세계 도시화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55.3%였던 세계 도시인구 비율은 2050년에 68.4%로 높아질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여기에 IT 관련 기술 발달도 큰 몫을 차지합니다. 컴퓨터 계산능력과 통신 기술의 발전은 도시에서 이뤄지는 모든 움직임을 정보화하고, 이를 연계한 새로운 정보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도시 생활의 편리함과 쾌적성을 누릴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입니다.

이에 세계 각국은 스마트시티 시장 선점을 위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EU는 그동안 2030년까지 100개 스마트시티 조성을 추진했는데, 최근 2050년까지 모든 유럽 도시의 스마트화로 사업 규모를 대폭 확대했습니다. 중국도 권역별로 290개 지역을 선정해 스마트시티 시범사업을 추진하다 최근 기업들이 주요 거점에 구축한 모델을 확산시키는 방식으로 바꾸고, 대상도 700~800개 규모로 대폭 늘렸습니다. 이밖에 미국 영국 일본 싱가포르 등 대부분의 주요 국가들도 스마트시티 사업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습니다.

다행히도 대한민국은 스마트시티 분야에서 일정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지난달 발표한 ‘2024년 글로벌 스마트시티 지수 동향’에서 한국은 서울과 부산이 각각 17위, 45위에 올랐습니다. 특히 서울은 2019년부터 2024년까지 꾸준하게 상위 20위권을 차지한 ‘선도도시(Super-Champion)’에 선정돼 눈길을 끌었습니다.

선도도시는 사회적·경제적 환경이 비교적 안정적이고 기후와 같은 불확실성에 대한 대응도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지역입니다. 올해의 경우 서울과 취리히(스위스), 오슬로(노르웨이), 싱가포르, 아부다비(아랍에미리트), 베이징(중국) 등 6개 도시에 불과합니다.

이 지수는 IMD가 2019년부터 매년 발표하는 것인데, 올해의 경우 전세계 142개 도시를 대상으로 건강보건, 이동성, 활동, 직업 및 교육 기회, 거버넌스 등 5개 항목, 39개 지표와 관련된 각종 도시 데이터와 15개 항목에 걸친 주민 설문조사 등을 토대로 작성됩니다.

잘 알려진대로 한국의 이동통신, 사물인터넷 관련 기술력은 상당히 우수하고, 정보통신 인프라는 세계적인 수준으로 평가받습니다. 또 공동데이터 분야는 세계 최고 수준이며, 인구가 밀집한 대도시를 다수 보유해 데이터 수집과 활용에도 유리합니다. 모두 스마트시티 조성에 유리한 조건입니다. 부디 스마트시티 사업이 이런 환경을 잘 활용해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한국 경제의 앞날을 밝히는 등불이 되길 기대합니다.

#스마트시티#저출산#고령화#경제침체#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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