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물 있으면 알아서 멈춰… 국내차 20%, 美선 신차 90% 장착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5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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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ech와 함께 안전운전] 〈3〉 사고가능성 80% 낮추는 ADAS
보행자 인식해 비상제동 작동 등… 완전자율주행 위한 필수 장치
美 “전방추돌 56% - 후방 78% 예방”
우천-야간 도로 등선 오작동 가능성… 전문가 “현 기술단계서 맹신은 위험”

3일 경기 이천시 보험개발원 자동차기술연구소에서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 중 하나인 비상자동제동장치(AEB)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전방에 보행자가 있는 상황을 가정한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이천=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3일 경기 이천시 보험개발원 자동차기술연구소에서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 중 하나인 비상자동제동장치(AEB)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전방에 보행자가 있는 상황을 가정한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이천=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끼이익.”

3일 경기 이천시에 있는 보험개발원 자동차기술연구소. 이곳에서는 차량이 우회전할 때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 중 하나인 비상자동제동장치(AEB)를 효과적으로 작동시키기 위한 안전운전 관련 실험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이들은 차량 속도를 시속 20km에서 시속 60∼70km로 단계적으로 높여가며, 주야간 상황을 가정해 어떤 상황에서 AEB가 효과적으로 작동하는지 실험을 이어갔다. 연구원들은 “우회전할 때 보행자를 효과적으로 인식하려면 센서가 차량 측면에도 달려야 한다”는 의견을 주고받기도 했다.

2022년 7월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우회전 전 일시정지가 시행됐지만 여전히 사고가 줄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연구소에선 차량이 우회전할 때 보행자를 발견하면 ‘알아서’ 제동을 거는 장치인 ADAS의 효과적인 작동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ADAS가 제대로 작동된다면 충돌 자체를 막아 인명 피해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ADAS의 진화는 완전자율주행으로 가기 위한 필수 과정이다. 연구소 관계자는 “지금은 충돌 피해 저감 장치 정도로 보일 수 있지만, ADAS가 고도화될수록 자율주행차량의 안전이 담보돼 완전자율주행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 “ADAS 기술 고도화될수록 완전자율주행”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ADAS는 운전 중 발생할 수 있는 사고 상황을 차량 스스로 인지하고 상황을 판단해 작동하는 각종 제어 기술들을 가리킨다. 대표적 기술로 전방의 물체를 감지해 차량 간 거리를 유지해주는 적응형순항제어장치(ACC)와 차로이탈경고장치(LDWS) 등이 있다. 이 중 주행 중에 전방충돌 상황을 감지해 자동으로 브레이크를 거는 AEB는 운전자 고령화로 인한 페달 오조작 사고가 늘면서 특히 주목받고 있다. 기존 장치들이 사고 발생 시 운전자 피해를 줄이기 위한 것이었다면, ADAS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위험을 미리 감지해 사고 자체를 방지하기 위한 기술인 셈이다.

ADAS의 사고 예방 효과는 명확하다는 게 전문가와 연구 결과의 공통적인 결론이다. 2019년 9월 미국 미시간대 교통연구소와 제너럴모터스(GM)가 GM 차량 370만 대에 대한 데이터를 조사한 결과, ADAS는 사고 가능성을 최대 80% 이상 경감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7월 미국 도로안전보험연구소(IIHS)가 실시한 ADAS 사고 예방효과 분석에서도 ADAS는 전방 추돌 가능성은 최대 56%, 후방 충돌은 최대 78% 예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선진국에 비해 의무화 비율 떨어져

ADAS가 활성화된 차량 내부의 계기판 모습. 이천=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ADAS가 활성화된 차량 내부의 계기판 모습. 이천=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이처럼 ADAS의 사고 효과가 입증됐지만 국내의 ADAS 의무 장착화 비율은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그나마 비상자동제동장치는 대중화돼 있지만 2022년 의무화된 이후 신규 개발 제작 차량으로 한정돼 있다. 그마저도 경형 승합차와 초소형차는 의무 장착에서 제외됐다. 차로이탈경고장치도 9m 이상 승합자동차 및 차량 총중량 20t을 초과하는 화물·특수차량만 의무화 대상이라 대중화됐다고 보긴 어려운 상황이다. 김관희 보험개발원 시험연구팀장은 “2015년 현대차 제네시스에 ADAS가 처음 보급된 후, 현시점 기준 20%가량의 차량에 ADAS가 장착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반면 미국에서는 2015년 이후 신차안전도평가(NCAP)의 안전 등급 평가에 AEB, 전방충돌경보, 사각지대 감지 기능 등이 포함되면서 2022년 기준 신차의 90% 이상에 ADAS가 장착됐다. 삼성교통안전연구소 김승기 책임연구원은 “미국은 ADAS 의무화에 앞서 신차 평가에 해당 기술이 포함돼 필수적으로 보급화가 이뤄지면서 대중화로 연결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의 경우 사고 가능성이 높은 고령 운전자에게 보급하는 방안에 초점을 맞췄다. 2022년 5월 충돌피해 경감 브레이크(AEBS)와 페달 조작 오류 급발진 억제 장치 등 각종 ADAS가 탑재된 ‘서포트카’를 구입할 시 운전면허 갱신을 해주는 제도를 도입해 고령 운전자의 안전성을 높이고 있다.

● 발전 가능성 높은 ADAS 기술

다만 전문가들은 현재 기술 단계에서 ADAS 기능을 맹신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아직 ADAS가 특정 범위에서만 작동되도록 설계됐기 때문에 운전자가 언제든 개입할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

특히 ADAS는 우천, 야간, 노면 표시가 없는 도로 등에서는 오작동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8년 애플 엔지니어였던 월터 황(당시 38세) 사망 사고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사건을 조사한 미 교통안전위원회(NTSB)에 따르면, 당시 자율주행모드로 차로에서 거의 지워져 있는 차선을 달리던 월터 황의 테슬라 차량은 기존 차선에서 이탈해 보다 선명한 왼쪽 차선을 따라가다 고속도로 분기점에 있는 분리대와 충돌한 것으로 조사됐다. 월터 황은 당시 차량의 자율주행기술만 믿고 휴대전화로 게임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운전자 부주의와 ADAS의 기술적 한계로 인한 복합적 사고였던 셈이다. 국내에서 ADAS 오작동으로 인한 사고는 2019년 21건, 2020년 23건 등 매년 20건을 웃도는 수준이다.

국내에서는 ADAS를 발전시키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현재 진행 중이다. 보험개발원 기술연구소는 실제 도로에서 ADAS의 사고방지 성능개선을 위한 연구를 바탕으로 국내의 평가기준 강화에도 일조하겠다는 입장이다. 연구소 측은 "올 11월 말이면 연구결과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공동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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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as#비상제동 작동#완전자율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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