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PF 구조조정… 최대 23조원 규모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5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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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부실 사업장 정리 유도”

금융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연착륙을 위해 최대 23조 원 규모의 사업장 구조조정에 나선다. 민간에선 은행과 보험업권이 1조 원 규모의 신디케이트론(공동대출)을 조성해 ‘좀비’ 사업장의 구조조정을 위한 자금을 공급하고, 공공에서도 1조 원대의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펀드에 우선매수권을 도입해 자금 집행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13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관계기관 합동으로 이런 내용의 ‘부동산 PF의 질서 있는 연착륙을 위한 향후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사업성 평가 강화를 통해 PF 사업장의 옥석을 가리고, 일부 부실 사업장의 재구조화·정리를 신속히 추진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금융당국은 PF 사업성 평가 등급을 기존 3단계(양호-보통-악화 우려)에서 4단계(양호-보통-유의-부실 우려)로 세분했다. 이 중 최저 등급인 ‘부실 우려’로 분류되면 대출액의 75%를 충당금으로 쌓게 했다. 사실상 사업장 정리(경·공매)를 유도하는 것이다.

구조조정(유의·부실 우려 등급) 대상 사업장 규모는 전체의 5∼10% 수준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말 전체 부동산 PF 사업장의 규모(230조 원)를 고려하면 최대 23조 원에 달한다.

사업성이 부족하다고 판단된 곳에는 공공과 민간이 함께 필요 자금을 지원한다. 캠코 펀드에 우선매수권을 부여해 PF 채권을 매도한 금융사에 추후 재매입할 기회를 제공한다. 민간에서는 은행·보험업권이 1조 원 규모의 신디케이트론을 조성해 경·공매를 진행하는 PF 사업장의 채권 매입을 돕고 일시적인 유동성 공급도 진행한다.

7조규모 부실 PF 사업장 퇴출 수순, 정상 사업장엔 추가자금 공급


[부동산 PF 정상화 방안]
사업성 평가로 옥석가리기 세분화… 만기 4회 연장-경·공매 3회 유찰땐
‘부실 우려’ 평가… 사업정리 유도
은행-보험권 최대 5조 뉴머니 투입… 금융사 손실 임직원 면책범위 확대
금융당국이 13일 발표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상화 방안의 핵심은 좀 더 세분화된 ‘옥석 가리기’를 통해 부실 우려를 털어내는 것이다. 부실 사업장을 신속하게 정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건설·금융업계로 위기가 전이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 7조 원 규모 부실 사업장 정리 압박

금융당국은 PF 사업장 정상화를 위해 ‘엄정한’ 사업성 평가가 필수적이라고 봤다. 박상원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현행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 기준은 사업장별 특성과 위험 요인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며 “사업성 평가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기존 3단계(양호-보통-악화 우려)로 분류된 기존 사업성 평가등급에서 ‘악화 우려’가 두 개 등급으로 세분화된다. 악화 우려 사업장은 사업 진행 지연 등의 이유로 정상적인 사업 추진이 곤란한 곳을 뜻하는데, 이를 사업에 상당한 차질이 예상되는 ‘유의’와 추가 사업 진행이 곤란한 ‘부실 우려’로 나누는 것이다. 부실 우려의 경우 대출 부실에 대비해 쌓는 충당금 비율이 최대 75%(악화 우려는 20∼30%)까지 늘어 금융사 부담이 급증한다. 그만큼 경·공매를 통한 PF 사업장 정리 압박도 커진다.

사업성 평가 체계 역시 강화된다. 기존에는 연체, 부도 등 체크리스트가 단편적이었다면 앞으로는 만기 연장, 경·공매 유찰 등 사업 단계별 핵심 위험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만기가 4회 이상 연장되거나 경·공매가 3회 이상 유찰된 사업장은 부실 우려 등급으로 평가하는 식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약 230조 원 규모의 전체 PF 사업장 가운데 부실 우려 등급은 2∼3% 수준으로 추산돼 최대 7조 원 규모의 경·공매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사들은 다음 달부터 새로운 기준에 따라 PF 사업장을 재평가하게 된다. 금감원은 7월부터 사후 관리 점검에 나설 방침이다.

● 은행·보험권, 최대 5조 원 ‘뉴머니’ 투입

금융당국은 사업성 평가 결과에 따라 PF 사업장 지원 방안에 차등을 둘 계획이다. 사업성이 떨어지는 곳은 재구조화 및 정리를 원칙으로 한다. 2회 이상 만기 연장 사업장은 대주단 4분의 3(기존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하고, 6개월 이상 연체된 PF 채권은 3개월 단위로 경·공매를 해야 한다.

민간·공공 차원의 금융 지원도 이뤄진다. 은행·보험업권 10개사는 올해 하반기(7∼12월)부터 부동산 PF 경·공매 매입 자금을 공동으로 대출해주는 1조 원 규모의 신디케이트론을 조성한다. 상황에 따라 최대 5조 원까지 규모를 확대할 방침이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지난해 새마을금고에 지원한 1조1000억 원에 더해 올해 새마을금고와 저축은행업권에서 4000억 원 규모의 부실 채권을 추가 인수하기로 했다.

사업성이 충분한 정상 사업장에는 추가 자금 공급에 나선다.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PF 사업자 보증(30조 원 규모)을 포함해 총 56조 원의 지원이 이뤄지고 있고 여전히 32조 원 규모의 여력이 있다”고 밝혔다.

원활한 자금 공급을 위한 각종 인센티브도 마련된다. 부실 사업장에 금융사가 신규 자금을 지원하는 경우 건전성을 ‘정상’으로 분류하고, 손실 발생 시 금융회사 임직원에 대한 면책 범위도 확대하기로 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PF 부실이 경제 전반으로 전이되기 전에 구조조정은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며 “브리지론 같은 고위험 PF 대출 비중이 높은 일부 중소 금융·건설사는 큰 타격이 있겠지만 시장 정상화를 위해 감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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