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 씨(27)는 수년 전 어머니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저축은행과 대부업체 등에서 대출을 받았다가 신용불량자가 됐다. 거주하던 고시원에서는 쫓겨나 찜질방을 떠돌던 그는 지난해엔 서울 중구 충무로의 빈 상가 점포 등에서 노숙을 하는 상황으로까지 내몰렸다. 김 씨의 마지막 버팀목은 서민금융진흥원의 소액생계비 대출이었다. 그는 “100만 원을 대출받고 서울 시청역 근처에서 백반을 시켜놓고 울면서 먹은 기억이 난다”며 “덕분에 다시 일을 시작할 힘을 얻었고 지금은 작지만 두 다리 뻗고 누워 쉴 공간이 생겼다”고 말했다.
고금리, 고물가로 인해 생활고에 시달리는 이들이 늘면서 최대 100만 원 한도의 소액생계비 대출 이용자도 급증하고 있다. 대출 이용자 7명 중 1명은 월 1만 원이 안 되는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자 및 원금 상환 지연이 계속되고 있어 추가 재원 마련 없이는 사업 지속성이 담보되지 못해 서민들의 급전 창구가 더 좁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 소액 대출 29.1% 늘고 연체율도 급등
1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오기형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소액생계비 누적 대출액은 1244억4000만 원으로 지난해 말(958억 원) 대비 29.1%(286억4000만 원) 증가했다. 대출 건수는 16만5325건에서 21만8285건으로 32.0%(5만2960건) 늘었다.
소액생계비 대출은 서민금융진흥원이 주관하는 정책 금융 상품이다. 신용평점 하위 20%이면서 연 소득 3500만 원 이하인 성인을 대상으로 최대 100만 원까지 대출해준다. 6개월간 이자를 성실하게 상환하면 최고 연 15.9%의 대출 금리는 연 9.9%까지 낮아진다.
올 들어 소액생계비 대출을 이용한 이들의 1인당 평균 대출액은 54만1000원으로 지난해 1인당 평균 대출액(58만 원)보다는 감소했다. 매달 부담해야 하는 1인당 평균 이자액 역시 7200원으로 지난해(약 7700원)보다 적었다.
하지만 연체율은 높아지는 추세다. 지난해 말 11.7%에서 올해 3월 말 15.5%까지 치솟았다.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높다. 만 19세를 포함한 20대 이하 연체율은 21.1%, 30대 연체율은 18.2%로 집계됐다. 50대(12.5%), 60대(9.9%)와 비교하면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 “창구 막힐 수도…추가 재원 마련 시급”
소액생계비 대출은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 문턱을 넘지 못한 저신용자가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급전 창구다. 타 금융대출 연체자나 무소득자도 대출이 가능한 만큼 경기 부진이 이어진다면 연체율 상승세를 꺾기가 쉽지 않다.
문제는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경우 제도 운영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소액생계비 대출 재원은 금융권 기부금과 기존 대출 회수금이 전부다. 올해 총 1000억 원의 재원 역시 은행권 기부금(500억 원)과 금융사의 자발적 기부에 따른 국민행복기금 초과 회수금(440억 원), 대출 회수금(60억 원) 등으로 마련했다. 금융권의 추가 기부가 없다면 기존 대출의 이자 및 원금 상환을 통해 사업을 이어가야 한다는 의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경제 상황이 취약한 분들이 계속 이용하는 만큼 다방면으로 예산을 확보해서 사업을 이어갈 계획”이라며 “추가 재원 마련을 위해 재정 당국과도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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