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또 터졌다.’
첫째 아이를 낳은 후 40일쯤 지났을 때였습니다. 모유 수유를 하던 임이랑 코니바이에린 대표(39)는 목에 엄청난 통증을 느꼈습니다. 1년 반 전 시작된 목 추간판탈출증이 재발한 겁니다. 완전히 회복되기 전 임신과 출산, 육아의 과정을 몸이 버티지 못한 것 같았습니다. 의사가 입원을 권할 정도였습니다.
아이를 품에 안고 얼굴을 내려다보며 젖을 먹이는 행복은 쉬이 내려놓기 어려운 것이었습니다. 급한 대로 몸에 맞는 아기띠를 찾아보았습니다. 대부분 너무 무겁거나 복잡했습니다. 직구로 일본, 미국 제품까지 사용해봤지만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보통은 적당한 제품을 찾는 것으로 타협했겠지만, 임 대표의 생각은 엉뚱한 곳으로 흘러갔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심플한 아기띠를 만들어보자. 망해도 불사르고 망하자.’
160g의 초경량 아기띠는 그렇게 세상에 나와 세계 각국에서 120만 개나 팔려나갔습니다.
‘무지의 상태’는 뜻밖의 힘으로 작용합니다. 시중에는 마음에 드는 원단이 없어 아기띠 전용 원단을 자체 생산하기로 했습니다. 원단에는 ‘백화점 입점 제품에나 들어간다’는 실을 사용했습니다. 일반실 보다 강도와 탄성이 50% 더 좋았기 때문입니다. 공장 사장님은 임 대표에게 “6만 원 정도 하는 제품에 오버하는 것 아니냐”고 했습니다.
임 대표는 2017년 창업 이후 7년 내내 재택근무 제도를 고수했습니다. 근무 시간 중 1시간은 돌봄에 사용하고 해당 시간을 이후 근무로 채울 수 있는 ‘근무 시간 배려제’도 도입했습니다. 보육 공백이 생긴 직원들이 자녀와 함께 사무실에 나올 수 있는 ‘자녀 동반 오피스데이’도 운영합니다. 보통 출산과 육아가 ‘경력 단절’로 이어지지만 이 회사에선 ‘경력’입니다. 출산과 육아의 경험이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코니의 직원 65명 중 36명은 워킹맘입니다.
대표는 마케터, 남편이자 사업총괄은 창업자 출신. 인플루언서 광고나 그럴듯한 프로모션으로 관심을 모은 브랜드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도 않습니다. 워킹맘인 한국의 이지애 아나운서, 일본에서 ‘패셔니스타’로 불렸던 모델 히로코 씨, 넷플릭스 ‘워킹맘 다이어리’에 출연했던 캐나다 배우 제설린 완림이 아기띠를 한 사진을 자발적으로 올리며 명성을 얻었습니다. 창업 첫 해 3억 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317억 원으로 늘었습니다. 일본, 미국, 호주, 캐나다 등 116개국에서 지금까지 팔린 아기띠는 120만 개에 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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