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현대, 지난해 이어 적자행렬
신라, 영업익 1년새 76% 줄며 울상
中 애국소비 확산 韓 제품 관심 줄어
“특허 수수료-특허 기간 재검토해야”
불황에 빠진 면세업계가 1분기(1∼3월)에도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유커(중국인 단체관광객)와 다이궁(代工·중국인 대리구매상) 등 중국발 상황이 여전히 실적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1분기(1∼3월)에 영업손실 280억 원을 내며 지난해 3분기(7∼9월) 이래 3개 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현대백화점면세점도 1분기 영업손실이 52억 원으로 전년 동기(영업손실 157억 원) 대비 적자 폭은 줄었지만 적자 행렬은 계속 이어갔다.
이익을 낸 면세업체도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며 어두운 전망을 보였다. 신세계면세점은 1분기 영업이익이 72억 원으로 전년 대비 17.1% 감소했다. 같은 기간 호텔신라의 신라면세점 영업이익은 76.5% 줄며 59억 원이었다.
면세업체들은 면세점의 주요 고객이던 유커의 부재가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중국이 한국 단체관광의 문턱을 낮추며 유커 복귀에 대한 기대감이 돌았지만 아직 완전히 돌아오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개별 여행객 수가 늘긴 했지만 면세점 큰손이었던 유커들의 공백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외국인 개별 관광객들의 소비 트렌드도 쇼핑보다는 먹거리와 체험 중심”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일명 ‘보따리상’인 다이궁이 복귀해야 면세점 실적이 나아질텐데 이들의 복귀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이궁은 면세점 등에서 한국 물품을 대거 구매해 중국에 되파는 상인을 말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면세점의 다이궁 의존도가 90%에 달한다는 해석이 나올 만큼 면세업계의 큰손으로 불려왔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 중국 내부에서 궈차오(애국 소비) 열풍이 겹치며 한국 제품에 대한 다이궁의 관심이 줄었다는 설명이다. 한 면세업체 관계자는 “오히려 유커보다 다이궁들이 예전같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면세업계에선 가장 큰 불안요소”라고 말했다.
면세점의 부진이 길어지며 면세업계에서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관련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히 면세 이익의 사회 환원을 위해 도입된 특허수수료 부과 기준을 변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관세청은 면세업체 매출에 따라 0.1%에서 1.0%까지 수수료를 부과하는데 부과 기준을 점포 면적이나 영업이익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
업체들은 특허 기간 한시제 폐지를 정부가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내 면세점은 특허를 신규로 획득하면 기본 10년에 5년씩 두 차례 갱신이 허용돼 최대 20년간 사업을 한 뒤에는 원점에서 다시 입찰에 참여해야 한다. 이 같은 특허 기간 제한 조치가 투자를 저해하고 고용을 단절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해외 면세사업 경쟁력을 악화시킨다고 보고 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대외적인 위기를 발빠르게 바꿀 수 있는 게 아닌 만큼 부진에 빠진 동안 규제 개선 등 대내적인 조치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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