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요 기업들의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 화두로 ‘정년 연장’이 떠오르고 있다. 고령화 시대에 노동계는 국민연금 수령 시기에 맞춰 정년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사측은 정년 연장은 기업 인력 및 임금 구조를 뒤흔들 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지부(현대차 노조)는 최근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고 국민연금 수급과 연계한 정년 연장을 요구안으로 확정했다. 현재 국민연금 수령 나이는 63세인데 2033년부터 65세로 연장된다. 이에 맞춰 현대차 노조는 만 60세인 정년을 최대 만 64세까지 연장하자고 요구하는 것이다. 기아 노조 역시 사측에 현대차와 같은 요구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HD현대그룹 계열사인 HD현대중공업·HD현대삼호·HD현대미포 노조는 현재 만 60세인 정년을 만 65세로 연장하는 임단협 공동요구안을 17일 사측에 전달했다. LG유플러스의 4개 노조 가운데 두 번째로 인원이 많은 2노조도 올해 임단협에 앞서 만 65세 정년 연장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기업들은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년을 연장하면 기업의 인력 구조 및 인건비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300인 이상 대기업 255개사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대기업의 중고령 인력 운영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만 60세 이상 인력을 단 1명이라도 임원이 아닌 직급에서 고용하고 있는 기업은 29.4%였다. 대한상의 측은 “300인 이상 대기업에서는 아직 고령 인력을 고용할 수 있는 토대가 충분히 마련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이 점차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기업들이 근로자의 정년을 연장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문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코리아리서치 등이 전국 18세 이상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84%가 “현재 만 60세인 근로자의 법정정년을 단계적으로 만 65세까지 연장하는 것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다만 기업이 정년을 연장하기 위해서는 임금피크제 도입 및 조정, 유연한 노동 형태 마련 등의 선제 조건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계속 고용이 필요한 상황은 맞지만, 정년 연장은 청년 고용 기회가 줄어들고 기업들의 비용 부담을 키울 우려도 있다”며 “여러 선택지를 함께 내놓고 사회적 합의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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