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고령화와 이에 따른 정부의 지출 확대로 약 20년 뒤에는 한국의 정부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을 넘어서는 수준까지 커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재정 여건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정부는 내년도 예산에서 재량지출을 동결하는 수준의 고강도 지출 구조조정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19일 블룸버그 산하 연구기관인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I) 따르면 권효성 BI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한국에 대한 재정 전망 보고서를 통해 현재 57% 수준인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2030년쯤 70%에 이어 2045년 100%에 이르고 2050년 120%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급속한 고령화와 저출산 속에 노동력이 감소하면서 세수는 부진한 흐름을 보이는데 사회보장 및 의료 서비스 비용은 증가하면서 한국의 공공 재정이 ‘힘든 길(Tough Road)’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권 이코노미스트는 “20년 안에 부채의 지속 가능성이 큰 걱정거리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며 “문제는 국회를 통제하는 야당이 더 많은 지출을 원하기 때문에 부채를 제한하는 새로운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지출 다이어트 나서는 정부 “총량 묶을 수도”
“21년뒤 정부빚, GDP 추월”
실제로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발간한 재정점검보고서(Fiscal Monitor)에서 지난해 한국의 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D2) 비율을 55.2%로 집계했다. GDP 대비 D2 비율이 2013년 37.7%에서 10년간 17.5%포인트 높아져 11개 비기축통화국 가운데 싱가포르(63.9%포인트)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증가 폭을 보인 것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채무에 비영리 공공기관 부채를 합한 나랏빚을 뜻하는 D2는 국가 간 부채를 비교할 때 주로 활용된다. IMF는 한국의 GDP 대비 D2 비율이 2029년에는 59.4%까지 높아져 싱가포르(165.6%), 이스라엘(68.5%)에 이어 비기축통화국 중 세 번째로 높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세수 펑크 가능성이 높아지고 나랏빚에 대한 우려까지 커지면서 정부는 내년도 재량지출 증가율을 최대한 줄이는 예산 구조조정에 나설 방침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7일 열린 2024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의무지출이 큰 폭으로 늘어나는 빠듯한 재정 현실을 설명하고 재량지출 구조조정 기조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적연금과 건강보험 등 법에 지급 의무가 명시돼 있어 정부가 임의로 줄일 수 없는 의무지출이 내년부터 급격히 불어나는 만큼 연평균 2.0% 수준의 재량지출 증가율을 ‘제로’ 수준까지 묶으면서 지출 재편성에 나서야 한다는 인식이다.
이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은 각 부처 장관이 나서서 직접적인 성과가 있는 사업을 중심으로 예산을 구조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의무지출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건전재정 기조를 이어가려면 재량지출에 대해서 고강도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며 “결과적으로 재량지출 총량이 묶이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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